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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장 리피에게 한 수 배운 신태용

입력 | 2017-12-11 05:45:00

중국 리피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전반 역전 당하자 스리백 전술 변화
한국, 김신욱 고립되면서 동점 허용

이탈리아 출신의 마르첼로 리피(69) 감독은 세계적인 축구명장이다. 1982년 이후 35년간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지도자다. 유벤투스(세리에A) 지휘봉을 잡고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랐고(1996년), 이탈리아대표팀 사령탑으로선 독일월드컵 우승을 일궈냈다(2006년).

UEFA 챔피언스리그와 월드컵을 동시에 석권한 최초의 감독일 정도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현재 그의 신분은 중국대표팀 감독이다. 2016년 10월부터 팀을 맡아 자신의 노하우를 접목시키고 있다. 리피 덕분에 중국의 축구실력이 날로 늘고 있다. ‘리피 효과’는 한국에도 불똥을 튀겼다.

한국은 3월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원정경기에서 리피의 노련함에 맥을 못 추고 0-1로 졌다. 이른바 ‘창사 참사’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한국은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도 그의 지략에 당했다. 한국은 9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1차전 중국전에서 2-2로 비겼다.

이날 한국은 전체적인 운영에서는 앞섰다. 선제골을 먹고도 빠른 시간 안에 연속 득점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다만, 추가골 찬스를 살리지 못한 골 결정력과 선수들의 집중력 부족이 아쉬웠다.

그런데 이날 경기의 백미는 리피의 전술적인 변화였다.

리피는 전반 역전을 당하자 후반에 스리백 카드를 꺼냈다. 백전노장은 장신 김신욱을 제대로 막지 못한 게 부진의 원인이라고 진단했고, 김신욱을 막기 위해 시스템 변화를 꾀했던 것이다. 그게 적중했다.

예상 못한 리피의 전술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후반 한국의 공격은 급격히 무뎌졌다. 점유율은 높았지만 확실한 주도권을 쥐지 못한 상황이 지속됐고, 후반 31분 동점골을 허용했다. 이런 탓에 비겼지만 진 것 같은 분위기가 연출된 것이다.

리피는 “후반들어 전술 변화가 주효했다. 수비를 좁게(촘촘하게) 하는 것에 집중했는데, 17번(리쉐펑) 선수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키와 높이를 잘 활용해 막아줬다. (공격수가) 3명의 수비진과 싸우는 것은 어렵다. 김신욱은 골 능력이 아주 좋은데, 특히 헤딩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상대의 전술과 장점을 제대로 파악하는 능력, 그리고 거기에 맞춘 전술적인 선택과 이기기 위해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역습 카드 등 리피가 내놓은 전술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신태용 감독도 리피의 전술 변화가 주효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후반 상대가 스리백으로 내려앉으면서 원 톱 김신욱이 조금 고립된 상황이 됐다. 김신욱이 가진 장점이 전반보다 나오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선수들도 아쉬워했다. 이재성은 “후반 상대가 전술 변화를 가져갔을 때 (우리가)조금 미흡했다. 중국이 포백을 쓴다고 해서 준비했다. (후반에)갑자기 스리백으로 나왔는데 빨리 대처하지 못해 수적으로 밀렸다. 스리백으로 나오니 선수들도 움직임이 헷갈리는 부분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월드컵을 앞둔 신 감독이 명장에게 한 수를 배운 경기였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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