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혜림
그런데 처음 사랑에 빠질 때 씐 콩깍지가 벗겨진 것일까. 바로 다음 해 봄부터 미세먼지에 시달렸다. 이른 봄이었는데도 밤에 헤드랜턴을 끼고 강아지들과 산책길에 나서면 불빛 모양대로 미세먼지가 뿌옇게 보일 정도였다. 도시에서도 산책과 조깅을 좋아했는데 공기가 안 좋은 날에는 목이 따가웠다. 시골에서도 비슷한 문제에 시달리기 시작하면서 다시 도시로 돌아가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개천에서 ‘도랑 치고 가재 잡는’ 판타지도 인근 홍동천의 수질 상태를 보고 산산이 부서졌다. 시골 아이들은 절대로 동네 개천에 들어가지 않는다. 주변에 축사가 많아 개천의 수질이 나쁘다.
도시에서는 어차피 공기가 안 좋고 시끄럽기도 해서 창문을 자주 열지 못했다. 시골은 공기가 맑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요한 새소리가 듣기 좋아 여름 내내 창문을 열고 생활했다. 그랬더니 책상과 집 안 곳곳에 먼지가 쌓였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알고 보니 충남은 전기를 많이 생산하는 지역이었다. 보령과 당진을 따라 화력발전소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그리고 홍성 인구보다 훨씬 많은 가축이 살고 있다. 화력발전소에서 뿜어대는 미세먼지와 각종 축사에서 흘러나오는 오수로 시골은 심하게 오염되고 있었다.
여전히 매일 밤 헤드랜턴을 끼고 강아지들과 함께 동네 하천 주변을 뛰고 있다. 충남도가 미세먼지 문제에 적극 대처한 덕일까. 올겨울 밤길을 비추는 랜턴 불빛에는 예전보다는 미세먼지가 덜 보인다. 시골에 와서 건강이 좋아진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뛰어도 목이 덜 따갑다. 그러나 미세먼지 문제 외에도 시골의 쓰레기 문제나 하천 오염 문제는 여전히 심각해 보인다. 더 많이 짓고 더 많이 쓰는 식의 경제성장 시대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지난 세대 동안 우리가 저질러 놓은 문제가 많지만 모두가 힘을 합친다면 기억 속 시골의 모습도 돌아오지 않을까.
서혜림
※인천에서 생활하다가 2015년 충남 홍성으로 귀촌하여 청년들의 미디어협동조합 로컬스토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