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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前총장 “욜로 안돼… 미래지향적 리더 돼야”

입력 | 2017-12-08 03:00:00

고려대서 ‘글로벌 리더십’ 특강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7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백주년기념관 국제원격회의실에서 ‘유엔과 글로벌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욜로(YOLO) 같은 생각을 가지면 절대 안 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가 어려움을 물려주지 않으려 노력한 걸 기억해 보세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73)이 ‘욜로족’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따끔한 한마디를 건넸다. 반 전 총장은 7일 오후 3시 고려대(총장 염재호) 백주년기념관 국제원격회의실에서 열린 특별 강연에서 청년들이 자신의 행복과 안위만 생각하는 걸 염려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욜로는 삶의 어젠다가 될 수 없다. 미래 지향적인 어젠다를 가진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욜로는 ‘인생은 한 번뿐이다(you only live once)’의 영문 앞 글자를 딴 표현이다.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이에 맞춰 소비하는 생활방식을 말한다.


이날 강연 주제는 ‘유엔과 글로벌 리더십’. 반 전 총장은 약 1시간 동안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겪은 일화를 예로 들며 리더의 덕목을 설명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덕목은 ‘경청’이었다. 그는 “말을 잘하는 건 지식의 원천이지만 잘 듣는 것은 지혜의 원천이다. 수많은 세계 지도자에게 국민의 소리를 경청하라고 했지만 대부분 자기 하고 싶은 이야기만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의 말을 듣지 않으니 우리나라에서도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과 구속이라는 수치스러운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은 또 “머리는 구름에 두고 발은 땅에 디뎌야 한다. 이상을 가지고 내 생각이 옳다고 여길 때는 꿋꿋하게 밀고 나가야 하지만 현실 감각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2008년 독재 국가였던 미얀마가 사이클론으로 큰 피해를 입었을 때 비판을 무릅쓰고 방문했던 일을 언급했다. 그는 “(독재 국가를 방문한다는) 서방 언론의 가혹한 비판이 있었지만 옳다고 생각한 일이기에 꿋꿋이 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헛된 이상만을 가지면 남에게 폐를 끼치게 된다며 현실적인 감각을 잃지 말라고 강조했다.

강연 후 “유엔 사무차장이 방북 중인데 북핵 해결에 유엔 개입이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반 전 총장은 “북핵은 결국 한반도에서 한국과 북한, 미국과 중국이 깊이 협의해야 하는 문제다. 전문 상식을 갖고 외교에 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에는 염재호 총장과 학생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자리가 부족해 바닥에 앉거나 서서 듣는 참가자도 있었다. 강연이 끝난 뒤에는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학생들이 몰리기도 했다.

한편 반 전 총장은 이날 강연 전 서울 중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찾아 성금 1억 원을 전달했다. 그는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의 1676번째 회원이 됐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