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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선수들, 국기는 없지만 평창 꼭 가서 최선 다하자”

입력 | 2017-12-08 03:00:00

[평창올림픽 D-63]러 체육계, 출전 독려 목소리




“러시아 선수들은 지난 3년간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애썼다. 우리 선수들이 올림픽에 출전해서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러시아 출신의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슈퍼스타 알렉산드르 오베치킨(워싱턴 캐피털스)이 러시아 선수들의 평창 올림픽 출전을 호소했다. 오베치킨은 7일 미국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올림픽에 나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이 ‘위기’에서 ‘반전’으로 전환할 것인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 “개인적으로 출전하는 선수들을 막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러시아 체육계 내에서 평창 올림픽 참가를 독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둘러싼 분위기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으로 극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러시아의 피겨 스타이자 2014년 소치 겨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의 코치였던 예브게니 플류셴코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선수들은 올림픽에 가야 한다. 많은 선수들에게 이번 대회가 마지막 올림픽이 될 수 있다”며 올림픽 참가를 독려했다.

러시아 출신으로 오베치킨과 같은 팀에서 뛰고 있는 예브게니 쿠즈네초프는 “러시아 국기 없이 중립국 깃발을 달고 뛰는 건 마치 신분증을 빼앗긴 기분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올림픽 경기를 많은 러시아 팬들이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메달을 따게 된다면 (IOC가 러시아 국가 연주를 금지시켰지만) 팬들은 러시아 국가를 부를 것이다. 만일 내가 러시아 국내 선수들 입장이라면 올림픽에 참가하겠다”고 말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6일 집행위원회를 열고 국가 주도 도핑 스캔들의 중심에 선 러시아에 대해 2018 평창 올림픽 출전 금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다만 별도의 약물검사를 통과한 ‘깨끗한’ 러시아 선수들은 개인 자격으로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푸틴 대통령은 “IOC가 개인 자격으로 올림픽 출전을 하도록 하는 것은 러시아에 대한 모독”이라며 평창 올림픽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했다. 러시아가 평창 올림픽을 전면 보이콧할 경우에는 최악의 상황이 예상됐다. 하지만 IOC의 징계 발표 후 몇 시간 뒤 푸틴 대통령은 “선수들이 올림픽을 위해 얼마나 애써왔는지를 잘 안다. 선수들에게 올림픽은 매우 중요하다”고 누그러진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는 12일 올림픽 회의를 열어 러시아 선수들의 개인 자격 출전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하지만 내년 3월 대선 재출마 의사를 밝힌 최고 권력자 푸틴이 선수들의 평창행을 승인한 만큼 대다수 러시아 선수들은 평창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IOC 징계에 따라 러시아 선수들은 대회 기간 중 러시아 국가와 국기를 사용할 수 없다. 중립국 신분으로 ‘러시아 출신 선수(ORA)’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 하지만 IOC는 평창올림픽 폐막식 때 러시아 국기와 유니폼 착용을 허용하면서 ‘퇴로’를 열어줬다.

‘도핑 스캔들’은 러시아가 언젠가 한 번은 털고 가야 할 문제였다. 이번 중징계는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러시아는 2020년 도쿄 여름올림픽부터 다시 정상적으로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국제 스포츠 외교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번 IOC의 징계 발표에 앞서 토마스 바흐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사전 교감을 나눴을 가능성이 크다”며 “IOC로서는 명분을 얻을 수 있고, 러시아로서는 실리를 취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영국의 BBC 등 일부 언론은 IOC와 러시아의 거래설을 보도하기도 했다.

평창도 한시름 덜게 됐다. 도핑 파문을 딛고 평창에 온 러시아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보이면 색다른 화제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평창 올림픽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제로 러시아 선수들이 얼마나 많이 오느냐는 것이다.

이에 따라 IOC 회의 참석차 스위스 로잔에 머물고 있는 평창조직위 관계자들은 러시아 선수들의 평창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외교라인을 통해서 러시아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참가해도 빈틈없이 지원받을 수 있게 조치하겠다는 내용을 전달해 한 명의 선수라도 더 참가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파리=동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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