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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근로시간 단축땐 12조 추가부담 우려… 보완입법 시급”

입력 | 2017-12-08 03:00:00

[노동법 입법지연 논란]박용만 商議회장, 국회 찾아 쓴소리




재계를 대표하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오른쪽)이 7일 오전 국회를 찾아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을 만났다. 박 회장은 최저임금제와 근로시간 단축을 둘러싼 기업들의 우려와 어려운 상황을 호소했다. 이전 국회 방문에서 미소를 잃지 않고 우스갯소리로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했던 박 회장은 이날 웃음기를 거두고 현 상황에 대한 ‘국회 책임론’을 제기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7일 국회를 찾아가 호소한 것은 불확실성에 떠는 기업들의 어려움을 대변하기 위한 것이다. 박 회장은 2주 전인 지난달 23일에도 같은 사안으로 국회를 찾았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인들의 위기감이 크다. 이날 박 회장과 함께 국회를 찾은 이강신 인천상공회의소 회장은 “중소·중견기업이 많은 인천에서는 걱정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인천에서 중견기업인 영진공사를 경영하고 있다.

이날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중소기업 경제상황 인식 및 정책 의견 조사’에 따르면 기업인의 불안감이 그대로 표출됐다. 한국 경제의 가장 큰 현안을 묻는 질문에 전체의 64.7%(복수응답)가 ‘근로시간 단축 및 최저임금 상승 등에 따른 고용시장 변화’를 꼽았다.

실제로 근로시간 단축 문제는 10년째 해결되지 않고 있다. 2008년 8월 경기 성남시 환경미화원들이 성남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뒤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은 1주간 40시간, 1일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원칙적으로 정하고 12시간 내에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의해 연장근무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1주간’을 고용노동부는 행정해석으로 ‘5일’로 봤고 소송을 제기한 환경미화원들은 ‘7일’로 봤다. 정확한 명문 규정이 없어 생긴 일이다.

그간 성남시는 토, 일요일 근무를 휴일근로로 보고 통상임금의 1.5배를 지급했지만 환경미화원들은 ‘휴일근로+연장근로’로 보고 2배를 지급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법원은 2015년 9월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지만 지금까지 판결을 미루고 있다. 정조원 한국경제연구원 고용복지연구팀장은 “사회적 파장과 충격이 큰 문제이기 때문에 국회가 입법적으로 해결하라는 대법원의 암묵적인 제스처”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지난달 28일 법안심사소위에서 합의에 실패하면서 법안 처리는 불투명해졌다. 이에 정부는 기존 행정해석을 폐기하는 방식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고 대법원은 판결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보고 내년 1월 공개변론을 열기로 했다.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도입(직원 300명 이상 2018년 7월, 299명 이하는 2020년 1월, 49명 이하는 2021년 1월 등)한다는 여야 합의안의 법제화가 계속 늦어지고 그 사이 대법원의 판결이 선고돼 근로시간 단축이 전면적으로 이뤄질 경우 기업들이 동시에 충격파를 받을 수 있다.

국회가 법을 만들어 해결해야 할 문제를 사법부와 정부에 떠넘기며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대기업은 근로시간이 단축돼도 추가 고용이나 수당 지급에 다소 여력이 있지만 중소·중견기업은 상황이 다르다. 한국표면처리공업협동조합 신정기 이사장은 “중소기업은 바람 앞의 촛불처럼 작은 노동정책 변화에도 큰 타격을 받는다. 여야 잠정 합의안대로 대책을 세워야 할지, 더 지켜봐야 할지 종잡을 수 없어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근로시간이 단축될 경우 우리나라 기업 전체가 12조 원이 넘는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중 약 8조6000억 원이 300명 미만 사업장이고 약 3조3000억 원은 30명 미만의 영세 소규모 사업장이다.

박 회장은 “규모와 형편에 맞게 탄력적으로 적용해 달라는 경제계의 호소가 치우친 의견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합의안에 대해 기업의 반발도 거세고 기업을 설득하는 데 부담이 크지만 입법이 조속히 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문제도 재계에서 수차례 현 정부와 정치권에 개선을 요구해 왔다. 7월 최저임금위원회가 11년 만에 두 자릿수 인상률인 ‘16.5%’ 인상을 결정한 데 대해 인건비 부담을 이기지 못한 일부 중소·중견기업은 공장의 해외 이전 의사를 밝혔고 패스트푸드 업계와 음식점, 주유소 등에서는 무인자동화기기 도입이 빠르게 확산됐다. 재계에선 외국같이 정기상여금 등을 최저임금 산정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지만 관련 제도 개선은 불투명한 상태다.

이은택 nabi@donga.com·서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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