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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四季]겨울 바다의 뽀얀 예술… 추울수록 맛이 무르익는다

입력 | 2017-12-07 03:00:00

[동아일보-다이어리알 공동 기획]12월 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맘때 꼭 먹어야 하는 별미가 있다. 굴이다. 여름철 따뜻한 바다에서 산란한 후 가을부터 몸집이 오르기 시작하는 굴은 날이 추워지는 겨울에는 껍데기 속 가득 살이 찬다.

겨울 추위가 몰아쳐 수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맛은 더 무르익는 데다 여름보다 글리코겐 함량도 훨씬 높아진다. 게다가 멜라닌 색소를 분해해 피부를 맑게 하는 성분 덕분에 ‘배 타는 어부의 딸은 얼굴이 까맣지만 굴을 따는 어부의 딸은 얼굴이 뽀얗다’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영양은 풍부하면서도 가격은 부담스럽지 않은 덕에 우리네 식탁을 풍성하게 해주는 굴은 서해와 남해가 주산지로 환경에 따라 그 맛이 서로 다르다는 데에 매력이 있다.

해산물 중에서도 완전식품으로 손꼽히는 굴. 여름에는 삼계탕과 민어로 보양을 하고, 겨울에는 굴로 부족한 영양을 보충하면 다가올 동장군도 두렵지가 않을 것이다.

<끝>》
 

[핫 플레이스 5]

겨울에 몸집이 오르며 맛이 더 무르익는 굴은 영양이 풍부하고, 주산지에 따라 맛도 달라 매력적이다. 재패니즈 다이닝 안심의 일본식 된장국물 요리인 ‘가키미소나베’(왼쪽)와 생굴.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바다의 향긋한 내음으로 가득 찬 굴, 뽀얀 한 점의 예술을 맛보러 떠나 보자.

○ 재패니즈다이닝 안심

마니아층이 탄탄한 재패니즈다이닝 안심. 일본 오사카 쓰지조리사전문학교 출신 안진석 오너셰프가 주방을 이끌고 있다. 이자카야보다 요리에 주력해 손맛 좋은 요리들을 선보인다. 재료의 대부분은 제주도 등 전국 각지에서 선도 좋은 것들로만 선별해 들여온다. 겨울을 맞아 굴을 넣은 일본식 된장국물 요리인 ‘가키미소나베’, 굴과 계란덮밥 ‘다마고가키돈’을 시작했다. 가키미소나베는 굴로 유명한 일본 히로시마현의 대표적 향토 요리인 도테나베를 안 셰프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것이다. 냄비 안쪽에 시로미소(백된장)와 아카미소(적된장)를 섞어 바른 뒤 육수와 두부, 버섯, 채소, 굴을 넣고 끓인다. 든든하게 먹고 싶다면 다마고가키돈을 추천한다. 갓 지은 밥을 깔고 특제 소스를 부은 뒤 반숙한 계란과 빵가루를 입혀 튀긴 굴을 올린 덮밥으로 계란의 부드러움과 튀김의 바삭함, 굴의 풍부한 향까지 모두 즐길 수 있다.

서울 강남구 언주로98길 9 2층. 070-8808-0618. 가키미소나베 3만5000원, 다마고가키돈 1만5000원

○ 비어셰프

다이닝 펍으로 미국 뉴욕 요리학교인 CIA 출신 셰프들이 색다른 요리들을 맥주와 함께 선보인다. 맥주 리스트는 손봉균 셰프가 선별했다. 손 셰프는 미국 맥주 전문가 자격증 제도인 ‘시서러니(Cicerone)’ 국내 1호 취득자로 맥주 소믈리에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국 수제맥주들을 직접 맛본 뒤 요리와 어울리는 것들만 선별해 들여온다. 겨울을 맞아 새롭게 선보이는 황태굴탕은 황태를 오랜 시간 우려내 얻은 뽀얀 육수에 통영 굴을 듬뿍 넣어 끓인 메뉴다.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으로 해장도 되면서 동시에 술안주도 된다.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34-1. 02-725-6510. 황태굴탕 1만4500원, 바이젠 7500원

○ 터가든

사계절 굴 요리 전문점. 대표 메뉴는 굴밥으로, 작지만 옹골찬 천북 굴을 푸짐하게 넣어 갓 지은 돌솥밥이 나온다. 콩나물과 무생채, 부추무침을 넣고 달래 간장양념장을 올려 쓱쓱 비벼 먹으면 향긋한 굴 내음이 입안에서 어우러져 금세 밥 한 그릇을 비우게 된다. 찬으로 나오는 어리굴젓을 구운 김에 싸 먹어도 좋다. 애주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굴물회도 눈여겨보자. 물속에 굴이 들어갔다니 비리지 않을까 싶겠지만 신선한 굴만 사용해 비린내가 없다. 함께 들어간 달콤한 배와 당근, 부추가 굴과 어우러져 내는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충남 보령시 천북면 홍보로 666. 041-641-4232. 굴밥 1만3000원, 굴물회(대) 3만 원

○ 안동장

굴짬뽕의 원조로 알려진 곳. 1948년 문을 열어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중국집으로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난다. 흰 짬뽕 스타일로 나오며 굴, 오징어, 조개, 죽순, 배추 등을 넉넉히 넣고 끓여낸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흰 짬뽕이 심심하다면 매운 굴짬뽕으로 요청할 수도 있다. 손맛이 살아있는 고소한 자장면, 송이짬뽕, 라조육밥 등 주인만의 노하우에 기본기가 탄탄한 중국 요리들을 맛볼 수 있다. 날이 추워지며 굴짬뽕을 맛보러 방문하는 직장인들과 추억의 맛을 다시 느끼고자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많아지는 곳이다.

서울 중구 을지로 124. 02-2266-3814. 굴짬뽕 9000원, 짬뽕밥 8000원

○ 향토집

굴수협 지정 굴 요리 전문점으로 메뉴판 한가득 쓰인 이름들은 생선구이와 비빔밥을 제외하고는 모두 굴이다. 인기 좋은 향토 코스는 굴밥부터 굴전, 생굴회(여름에는 굴숙회로 대체), 굴구이, 굴무침과 굴찜까지 굴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많은 요리를 경험할 수 있다. 술과 함께라면 부추, 양파를 넣어 보들보들하게 부쳐낸 굴전이나 쫄깃하게 구운 굴구이를, 아이와 함께라면 굴튀김을 추천한다.

경남 통영시 무전5길 37-41. 055-645-4808. 향토 코스 2만3000원, 굴보쌈 3만 원
 

▼굴전과 아황주… 생굴과 스타우트… 황태굴탕과 바이젠…▼

굴과 궁합맞는 술 따로 있다


연말을 맞아 술자리가 늘었다. 주류 전문가들에게 굴과 어울리는 페어링(Pairing·요리마다 어울리는 술을 찾는 것)을 추천받아 보았다.

미국 공인 인증 맥주 전문가인 손봉균 씨는 생굴과 스타우트(Stout)를 추천했다. 스타우트는 아일랜드 맥주로 굴이 많이 나는 아일랜드 지방에서는 스타우트와 굴을 함께 먹곤 했다. 습관이 전통이 됐고, 전통은 페어링이 됐다. 쌉싸래하고 묵직한 스타우트의 맛이 굴의 비릿한 맛을 잡아준다. 또 끝 맛이 부드러워 굴의 식감과도 잘 어울린다. 탕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뽀얗게 우러난 황태굴탕은 밀 맥주인 바이젠(Weizen)과 맞춤 페어링을 할 수 있다. 맥주의 향긋함과 굴, 황태에서 나오는 향이 길게 입안에 남는다. 굴을 튀겼다면 필스너(Pilsener)나 페일 에일(Pale Ale) 맥주를 추천한다.

한국 요리와 우리 술을 선보이는 ‘박경자식당’의 유호현 셰프는 생굴과 미인약주를 페어링했다. 미인약주는 파주 인삼과 찹쌀로 빚은 약주로 탁주에서 맑은 술만 걸러 산도도 있지만 누룩의 향미까지 지녀 굴의 향긋한 향과 잘 어울린다. 비린 요소도 깔끔하게 잡아준다. 굴전을 먹는다면 아황주(鴉黃酒)를 곁들여도 괜찮다. 굴의 향은 가벼운 술보다는 굴을 맞받아칠 수 있을 만큼 보디감이 진한 주류가 어울린다. 아황주는 적당한 산도와 과실의 달콤한 맛을 고루 갖췄다.

와인은 어떨까? 강지영 음식평론가는 스파클링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추천했다. 스파클링 와인은 완전히 드라이한 것도 괜찮지만 중간 단맛 정도 되는 와인과 궁합이 좋다. 화이트 와인을 고려하고 있다면 중성적인 느낌의 뮈스카(Muscat) 품종 와인을 곁들이면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이윤화 다이어리알 대표·정리=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음식사계 기사는 동아닷컴(www.donga.com)과 동아일보 문화부 페이스북(www.facebook.com/dongailboculture), 다이어리알(www.diaryr.com)에 동시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