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은진 송씨 가문서 여러해 집필… 음식조리법과 술 빚는 방법 기록 1993년 발견돼 시립박물관에 전시… 특별한 계승-발전 노력 없이 방치
대전시립박물관 3층 전시실에 보관돼 있는 대전 은진 송씨 가문의 고조리서 ‘주식시의’와 ‘우음제방’.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대전의 은진 송씨 가문에서 전해져 오는 충청권 최초 조리서인 ‘주식시의(酒食是儀)’와 ‘우음제방(禹飮諸方)’이 그 희소성과 학술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조선시대 최초 조리서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1670년경)의 연고지인 경북도와 영양군이 이를 세계화하기 위해 전담부서를 만들고 책에 적힌 조리법을 현대화해 지역 브랜드로 삼으려는 노력과는 대조적이다.
○ 충청권 최초 사대부가 조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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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송씨가에서 존재한다는 말만 전해오다 1993년 류용환 대전시립박물관장 등에 의해 발견돼 2007년 대전시에 기탁된 뒤 현재 시립박물관 3층에 전시돼 있다. 박물관 측은 책이 조선후기 대표 조리서인 음식디미방과 ‘규합총서’(1809년) 등과 연관성이 있는 데다 충청권 최초의 조리서라는 점을 고려해, 2012년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완역했으나 노력은 여기가 끝이었다. 앞서 조선시대 궁중음식 전문가가 두 책을 기초로 시연회를 한 번 열기는 했지만 일회성 행사로 그쳤다. 오히려 지난해 농촌진흥원이 ‘종가밥상’으로 이 책의 조리법을 소개했을 뿐 대전에서는 아무런 계승과 발전 노력은 없었다.
○ 경북, 음식디미방 세계화 노력
반면 음식디미방의 연고지인 경북도와 영양군은 책의 의미와 가치를 적극 홍보하는 한편 이를 지역의 신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한 세계화 사업을 추진해 왔다.
2010년에는 서울에서 음식디미방 세계화포럼 개최, 2011년 중국 상하이에서 음식디미방 워크숍 및 시식연 개최, 2012년 일본 오사카 한국문화원에서 음식디미방 시식연 개최 등 국제적인 행사를 주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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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 관계자는 “우리 문화를 제대로 복원하고 계승하는 것이 지역 브랜딩은 물론이고 경제 유발 효과 증대와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 관장은 “‘한식의 수도’라 불리는 전주 등 호남 지역에서도 이 같은 책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이렇게 값진 책을 참고해 대전의 대표음식 개발은 물론 지역사회에 직접적인 경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문화상품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