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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투 더 동아/12월 1일]못말리는 1998년의 신세대 알뜰파

입력 | 2017-11-30 17:12:00


사진제공 KBS


냉정히 말해 김생민 씨(44·사진)는 전형적으로 ‘가늘고 길게’ 방송 경력을 이어가던 캐릭터었다. 올해로 데뷔 25년차 방송인이 됐지만 ‘약방의 감초’ 같은 존재였을 뿐 ‘그뤠잇(great)’한 존재는 아니었다. 그랬던 그가 올해 ‘김생민의 영수증’ 하나로 스타덤에 올랐다. 원래 팟캐스트 한 꼭지로 시작했던 ‘…영수증’은 “스튜핏(stupid)”, “돈은 원래 안 쓰는 것”이라는 유행어와 함께 성장하더니 어느덧 70분짜리 지상파 정규 방송이 됐다.

사실 김 씨 같은 근검절약 캐릭터는 모순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누구나 조금이라도 더 돈을 아끼고 싶다는 생각을 마음 한 구석에 품고 있는 게 사실. 그러면서도 돈을 아껴보겠다는 다른 이를 향해서는 ‘짠돌이’, ‘자린고비’ 같은 평가를 서슴없이 내리기도 한다. 한 연예인은 지상파 TV 프로그램에 나와 “쿠폰, 할인카드, 적립카드를 내밀 때 끌렸던 이성이 확 싫어진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여파가 가시지 않았던 1998년에는 오히려 근검절약이 진짜 미덕일 수 있었을까. 그해 오늘(12월 1일)자 동아일보는 할인쿠폰이 있는 식당만 이용하고, 인터넷 경품 행사에 매일 응모하며, 무료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고, ‘패밀리 통화’ 요금제를 활용 가족간에 공짜로 전화를 주고 받는 ‘신세대 알뜰파’를 소개했다.



이 기사는 ‘최저가 보상제도’를 실시하던 할인점 관계자가 “주변 점포보다 비쌀 경우 차액을 2배로 보상하고 있는데 100~200원 차이라도 영수증을 들고 와 보상금을 챙겨가는 모습에서 소비의식의 변화를 느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발언을 보고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했나’ 싶은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영수증’에 기자가 쓴 영수증을 보내면 분명 ‘스튜핏’ 소리를 들을 게 틀림없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