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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내친구] 뮤지컬 배우 최혁주 “꿈을 품고 폴을 타면, 나만의 세계가 보여요”

입력 | 2017-11-30 05:45:00

뮤지컬 배우 최혁주가 폴 위에서 수준급의 동작을 선보이며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이다. 사진제공 ㅣ 최혁주


■ 폴 댄스에 빠진 뮤지컬 배우 최 혁 주

최근 폴 전문가 과정 3급 통과…곧 2급도
4개월간 하루 4시간, 피멍·굳은살과 싸움
이걸 포기하면 다른 것도 포기할 것 같았다
무언가 몰입하면 외로움도 떨쳐낼 수 있어


뮤지컬배우 최혁주는 요즘 대중에게 ‘폴댄스’로 많이 알려져 있는 폴 운동에 푹 빠져있다. 그의 일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SNS에는 온통 폴을 비롯한 운동 소식뿐이다. 심지어 채 100명도 되지 않는 그의 팔로잉 리스트는 모두 전 세계 폴 댄서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렇듯 그는 요즘 ‘폴이 곧 최혁주’, ‘최혁주가 곧 폴’이나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다.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지 아느냐”면서.

사진제공|최혁주


● 아름답지만, 아름답지 않은 것

“복장이 너무 야한거야. 굽 높은 구두 신고. 난 그게 너무 싫더라고.”

폴 운동과의 첫 만남은 그리 달갑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폴 운동은 일명 ‘봉춤’이라 불리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다. 최근에서야 폴 운동을 즐기는 젊은 여성들이 늘어나며 인식이 바뀌고는 있지만, 최혁주 역시 이런 선입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야하다고만 느꼈던 복장은 폴과의 마찰을 위해 어쩔 수 없는 것이었음에도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래도 마음속에선 어김없이 도전 정신이 피어났다. 스스로 ‘운동 좋아하는 배우’라고 소개할 만큼 그는 운동에 대한 애정도, 열정도 강하다. 최혁주는 자신에게 맞는 폴 운동을 배울 스튜디오를 찾아 나섰다. 일단 높은 구두는 신지 않겠다는 명확한 기준을 정했다. 그리고 폴에 대해 “연구하는 곳, 아름다운 곳”을 택했다. 결국 스튜디오를 2차례나 옮겨서야 정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예상 외의 복병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상처들이었다. 폴을 타고나면 온 몸에 피멍이 들었고, 손에는 온통 굳은살이 생겼다. 더구나 폴에 매달리는 것조차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조금만 올라가도 팔에는 경련이 왔고, 몸은 중력의 법칙을 거스르지 못하고 금세 미끄러져 내려오기 일쑤였다.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인 그의 매니저도 고작 10분간 폴을 잡아보곤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최혁주는 “겉으로 보기에는 굉장히 아름다운 운동일 것 같지만, 과정은 절대 아름답지 않다”고 했다.

다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걸 포기하면 다른 것도 포기하게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다. 다행히 오랜 시간 헬스로 근력을 키워온 덕분에 비교적 수월하게 폴과 친해질 수 있었다. “음악을 틀어놓고, 폴 위에서 자유롭게 놀아보자”는 목표를 두고 연습에 매진했다. 어느덧 폴 운동을 시작한 지 2년. 이제는 제법 폴 위에서의 여유도 엿보인다.

피나는 노력의 결실로 이달 초엔 폴 전문가 과정 3급을 통과했다. 4개월간 매일 4시간씩 폴에만 전념했다. 보상으론 아름다운 몸매가 따라왔다. 통자 허리가 잘록해졌다. “폴은 몸매 완성에 최고”라고 자부하는 최혁주는 “솔직히 나도 내가 자랑스럽다”며 웃었다.

뮤지컬 배우 최혁주.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내가 살아있다고 느끼는 순간

“외로울 때마다 무언가 집중할 수 있는 것이 생기면 그걸 죽도록, 미친 듯이 했다.”

전라도 정읍의 아주 작은 시골 마을에서 자란 최혁주는 어린 시절 유독 외로움을 많이 탔다. 부모님은 언제나 집을 비우셨고, 수업을 마친 뒤엔 홀로 신발주머니를 돌리며 무료한 시간을 보냈다. 외로움을 이겨낼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공연계에 발을 들인 뒤로는 ‘몰입’으로 외로움을 떨쳐내는 법을 터득했다. 이제는 “한 가지에 빠져있지 않으면 죽은 것 같다”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래서 유독 집요하게 파고들 수 있는 역할과 작품들에 애정을 쏟았다.

2008년 뮤지컬 이블데드를 통해 좀비를 연기한 것을 두고 최혁주는 “집중이 강하게 되는 작품들에선 훨씬 표현이 좋았던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쉽게 하는 걸 싫어한다”는 그는 비슷한 배역이나 작품도 일부러 피하는 경우가 많다. 모름지기 “열정을 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조다.

최근 OCN 드라마 ‘구해줘’에서 투다리 아줌마 역을 통해 카메라 앞에 선 최혁주는 “16부작에 출연하면서 단 한 번도 NG를 낸 적이 없다. 아무래도 카메라 체질인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며 “이제는 드라마와 영화에 죽도록 빠질 준비가 되어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운동은 최혁주가 살아있음을 강하게 느끼는 순간 중 하나다. 그간 골프, 헬스, 폴 등 다양한 운동을 섭렵해온 그는 “잘 할 수 있는 것이 계속 쌓인다. 몸을 움직인다는 것은 자신감을 키우는데 모티브가 되는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운동도 많다. 이미 요가를 시작했다. 내년 3월에 돌입할 폴 전문가 과정 2급을 대비해서다. 마음이 통하는 장유정 영화감독과는 북한산 등산을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번은 꼭 산에 오른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와 함께 로드 사이클에도 은근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물론 운동의 중심엔 폴이 크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아직도 갈증을 해소하지 못한 까닭이다. 전문가 과정 2급을 준비하면서는 ‘나만의 폴’을 만들고 싶다는 꿈도 품고 있다. “폴을 탄다는 것은 음악을 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클래식 음악에 폴을 타면 훨씬 멋지지 않을까. 폴 위에서 음악과 동작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탄생하게끔 만들어 보고 싶다.” 최혁주가 창조할 새로운 폴의 세계가 궁금해진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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