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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비행기]영혼의 수프

입력 | 2017-11-27 03:00:00


다음 달이면 거리엔 또다시 정겨운 풍경이 찾아온다.

한국구세군은 최근 “다음 달 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자선냄비 시종식을 열고 모금활동을 펼친다”고 밝혔다. 따스한 빨간 냄비와 그 곁을 지키는 종소리. 부모라면 한 번쯤 아이의 고사리손에 돈을 쥐여준 기억도 날 터. ‘함께 나누기에’ 더 깊게 가슴에 남는다.

지난해 모금액을 보면 올해도 기대가 크다. 총 77억4000만 원이 모였는데, 2015년보다 5억1000만 원이나 증가했다. 당시 탄핵 정국으로 사회가 얼마나 시끄러웠는지 떠올려 보면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어려울수록 돕고 사는 것. 그것이야말로 자선냄비의 정신이니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살짝 아쉬운 면도 있다. 거리 모금은 다소 줄었고, 기업 모금액이 늘어난 결과란다. 부진한 실적 탓에 신용카드로 기부하던 ‘디지털 자선냄비’도 지난해 운영이 중지됐다는데…. 1890년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시작된 자선냄비는 진짜 수프를 끓이던 솥을 내걸었다. 이웃의 영혼을 데울 불쏘시개는 서로의 관심과 행동뿐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