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게임기 ‘삼성 HMD 오디세이’ 써보니
삼성전자는 21일 MR(Mixed Reality·혼합현실) 게임기 ‘삼성 HMD 오디세이’를 출시하며 “게이밍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자신했다. ‘오디세이’라는 이름처럼 게임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게 해 줄 것이라는 카피도 내걸었다. 기자는 출시 약 일주일 전 “경쟁사 제품보다 훨씬 진일보했다”는 삼성의 말을 믿고 체험해봤다. 그래픽과 같은 성능은 만족스러웠지만 작동 법이 불편해 아쉬웠다.
삼성 HMD 오디세이를 제공된 노트북컴퓨터에 연결하고 프로그램을 실행시키자 헤드셋 가운데 초록불이 들어오며 ‘전원 켜짐’을 알렸다. 헤드셋을 머리에 쓰고 컨트롤러(손에 쥐는 조종기)를 양손에 쥐었다. 눈앞에 갑자기 파란 바다와 그 가운데 하얀 벽으로 지은 펜션 비슷한 건물이 펼쳐졌고 기자는 그 가운데 있었다.
또 다른 앱 프리 더 나이트(Free the night)를 실행시켰다. 실행화면이 뜨자 캄캄한 밤으로 변했고 공동묘지 비슷한 곳에 내가 있었다. 이윽고 가까운 곳에 웬 남자의 그림자 형체가 일어서더니 하늘을 바라봤다. 좀비인가. 매우 으스스한 기분이 들어 기기를 껐다. 만약 밤을 배경으로 좀비의 습격을 받는 게임을 만든다면 ‘대박’을 칠 것 같다는 생각도 스쳤다. 그만큼 생생하고 현실감을 주기에 충분한 화면이었다.
하지만 불만도 없지 않았다.
기기는 직관적이지 못했다. 처음 기기를 받아들고 “컴퓨터에 연결만 하면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을 믿고 그대로 했지만 컨트롤러가 작동하지 않았다. 한밤중에 삼성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이유를 묻자 컨트롤러는 따로 전원을 켜야 한단다. 설명을 듣고 컨트롤러를 유심히 살펴봤다. 전원 버튼은 바로 밭 전(田)자 비슷한 윈도 창이 그려진 작은 버튼이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전원’ 버튼은 동그란 원 상부에 작은 세로줄이 그려진 그림이다. 누구도 윈도 버튼을 ‘전원’ 버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삼성에 물어보니 윈도 창을 띄우는 기능도 하고 있어서 이렇게 만들었단다. 그렇다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전원 버튼과 윈도 버튼의 디자인을 합성해야 했다. 센스 부족.
삼성은 “그래도 경쟁사의 기기보다는 낫다”고 항변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 기기를 구입할 소비자 중 상당수는 다른 회사 제품을 써보지 않은 사람들일 것이다. 그러므로 편의성의 기준은 경쟁사 제품이 아니라 소비자가 돼야 한다. 가격은 79만 원.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