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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고3들 “여진 불안하지만… 수능 잘봐야죠”

입력 | 2017-11-23 03:00:00

23일 수능… 포항지역 예비소집 현장




지진은 잊었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예비소집일인 22일 경북 포항시 북구 포항여고에서 수험표를 든 수험생들이 서로를 격려하는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포항=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시험 잘 보고 오니래이.”

22일 경북 포항시 북구 두호고 앞에서 학교 경비원이 교문을 지나는 학생들에게 외쳤다. “감사합니다! 시험 잘 보고 올게요!” 학생들은 밝게 웃으며 힘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두고 예비소집에 참석했다가 돌아가는 포항 지역 학생들이다.

15일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뒤 일주일째 여진이 계속되는 상황. 학생들의 얼굴에선 여전히 불안감이 엿보였다. 하지만 친구들끼리 모여 “파이팅”을 외치고, 수험표를 들고 ‘인증샷’을 남기는 등 걱정과 긴장을 떨쳐내려 노력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지진 여파에 힘들어하는 학생도 있었다. 김모 양(18·유성여고 3년)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듯 잔뜩 충혈된 눈으로 예비소집에 참석했다. 김 양은 “지진 걱정에, 영어 듣기평가 걱정에 이래저래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이날 포항 지역 학교에서는 예비소집과 함께 지진 대처 매뉴얼이 배부됐다. 지진이 발생하면 책상 밑으로 들어간 뒤 감독관의 지시에 따라 운동장으로 대피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예비소집을 진행하던 한 교사는 학생들에게 “지진이 나면 감독관 지시를 잘 따라야 한다”고 반복해서 강조했다.

학부모들도 분주했다. 자녀와 함께 예비소집에 참석하거나 ‘고사장 답사’를 다녀오느라 바쁜 하루였다. 지진 피해로 집이 아닌 대피소나 호텔에서 머무는 가정이 많은 탓이다. 자칫 돌발 상황에 지각할 것에 대비해 미리 길을 익혀두려는 것이다. 대피소에 머물다 한 호텔로 옮겼다는 수험생 학부모 정해상 씨(50)는 “오늘 호텔에서 고사장까지 가는 5km 정도 길을 봐두려 딸과 함께 사전 답사를 했다. 딸보다 내가 더 긴장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이날을 바라보고 공부한 자녀가 지진 때문에 마지막 일주일간 제대로 집중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특히 피해가 커 대피소 생활을 하고 있는 학부모들은 시험 당일 따뜻한 밥도 해주지 못한다며 탄식했다. 학부모 윤지원 씨(47·여)는 “아이를 독서실에 보냈는데 밀폐된 공간이 무서워 공부를 못했다고 하더라. 수능날에 집밥도 못 먹여 평생 두고두고 사무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도 여진 불안 속에서 시험을 치러야 하는 포항 수험생을 향한 응원의 목소리가 크다. 인터넷에서는 포항 수험생을 격려하는 ‘선플 달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에 사는 고3 수험생 학부모 김모 씨(47·여)는 “서울에서도 지진 때문에 걱정되는데 포항은 오죽할까 싶다. 다 같은 아들딸이니 수험생 모두 안전하게 시험이 잘 마무리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진 발생에 대비해 수능 고사장 운동장에 수험생을 이송할 수 있는 버스 244대를 대기시킬 예정이다. 학교마다 지진계를 설치해 지진이 발생하면 즉각 규모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수험생의 심리적 불안감을 덜기 위한 조치도 이뤄지고 있다. 우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고사장마다 1명씩 배치돼 학생들의 불안감을 달랠 예정이다. 수능 고사장에서는 지난주 지진으로 건물에 생겼던 균열을 보강하는 작업도 상당수 이뤄졌다. 금이 간 부분에 실리콘을 바르고 페인트를 칠한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험생들이 조그마한 금에도 신경 쓸 것 같아 지난 주말 동안 보강했다”고 설명했다.

포항=황성호 hsh0330@donga.com·구특교 / 임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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