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진 산업부 기자
신성장동력을 찾는 대기업은 사람이 없다고 한숨을 쉬지만 정부는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21일 통계청 발표를 보면 지난해 대기업 일자리는 전체적으로 8만5000개가 줄었다. 22만 개에 이르는 일자리가 생겼지만 구조조정 등으로 없어진 일자리가 더 많은 탓이다.
경기 호황을 맞고 있는 미국조차 일자리는 기업의 성장만큼 생겨나지 않는다. 미국의 온라인쇼핑몰인 아마존은 물류창고를 만들고 드론 배송까지 나서면서 인력을 채용한다. 하지만 파괴되는 오프라인 상점 직원의 일자리가 더 많다.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역시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새로운 기술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아마존이 파괴하는 일자리는 창고 관리나 운송, 마트의 계산원 등 숙련이 필요하지 않은 단순 업무다. 그 대신 아마존은 최적의 물류를 위한 수학과 공학 전문가, 드론 배송을 위한 항공기 조종사, 온라인 콘텐츠 사업을 위한 가상현실(VR) 전문가를 찾는다. 전체 일자리 수는 줄더라도 적정 능력을 갖추면 새 산업분야에서 질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일자리 해법은 밀려나는 근로자들을 빠르게 재교육시켜 가장 필요한 산업 분야에 적재적소로 배치하는 것이다. 이런 재교육 시스템은 웬만한 대기업이 아닌 이상 홀로 감당하기는 힘들다. 대학과 산업계가 협력해 직원들 재교육에 나서고 정부는 예산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의 일자리 정책은 공무원을 늘리는 게 아니라 필요한 곳에 필요한 인력을 공급하는 재교육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새롭게 구직시장에 나오는 근로자나 기존 산업에서 밀려나는 사람 모두에게 일자리를 줄 수는 없다. 이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일자리 정책과 병행돼야 하는 이유다.
중장기적으로 우리는 자녀 세대들이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앞으로 20, 30년 뒤에 필요한 직업 능력은 이번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나오는 문제풀이는 아닐 가능성이 크다. 미래 우리에게 필요한 능력을 고민하는 것이 일자리 정책, 더 나아가 국가 백년대계(百年大計)의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