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소방서 정인근 소방경, 신장암 수술후 복대차고 근무중 화재현장 출동해 3, 5세 아이 구해
정인근 서부소방서 원당119안전센터장(54·소방경·사진)이 다세대주택 3층을 쳐다보고 말했다. 3층 복도 창문 틈새로 아주 어린 남매가 울면서 손을 내밀며 “살려주세요”라고 외치고 있었다. 남매 옆에서는 30대 엄마가 어쩔 줄 몰라 하며 같이 소리를 질렀다. 1층 재활용센터에서 일어난 불은 3층으로 번지며 시커먼 연기를 내뿜었다.
에어매트를 깔 시간이 없다고 판단한 정 센터장은 양팔을 벌리며 “아저씨를 믿어”라고 소리쳤다. 5세 누나와 3세 동생이었다. 몇 초 후 엄마는 딸의 양쪽 손목을 잡고 창 아래로 가장 멀리 늘어뜨렸다. 정 센터장이 그 밑으로 바짝 다가섰다. 아이와 정 센터장 사이는 3m 남짓. 엄마가 손을 놓았다. 아이가 정 센터장 품으로 떨어졌다. 무사히 길에 내려놓았다. 마찬가지로 동생도 정 센터장이 팔과 가슴으로 받아냈다. 한숨 돌린 정 센터장은 5층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주민 8명을 구하러 비상계단으로 뛰었다. 주민들에게 산소공급 마스크를 번갈아 씌우며 건물 바깥으로 피난시켰다.
구조를 다 마친 정 센터장은 흐트러진 허리 복대를 다시 가다듬었다. 그는 지난달 25일 신장암 수술을 받았다. 복강경(腹腔鏡) 시술로 콩팥 일부를 떼어냈다. 이달 30일까지 병가를 냈지만 수술 부위가 다 아문 것 같아 13일 출근했다. 센터를 더 비울 수는 없다고도 생각했다. 1988년 소방관이 된 정 센터장은 2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소방관으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다. 더 말하기도 쑥스럽다”고 말을 아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