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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동아]기대치 높아지는 항암 면역치료제

입력 | 2017-11-22 03:00:00


2015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5개가 넘는 항암 면역치료제를 승인했다. 그만큼 항암 면역치료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면역치료제는 크게 두 가지다. 흥미로운 점은 이 두 가지 면역치료제가 창과 방패처럼 정반대 방식으로 암세포를 공격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면역체크 포인트 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 계열의 약들이다. 면역 체크 포인트 단백질은 면역세포가 정상적인 세포를 공격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런 단백질에 문제가 생기면 자가 면역이나 알러지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암세포들은 이런 단백질을 이용해 면역 시스템으로부터 자신의 세포를 보호하는 방패로 사용한다. 면역체크 포인트 억제제 약은 이런 단백질을 방해함으로써 암의 방패를 없애 환자의 면역체계가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도록 만든다.

얼마 전 암이 발생한 위치와 상관없이 다수의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진 모든 암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FDA가 허가한 키트루다(keytruda)가 대표적인 면역체크 포인트 억제제다. 2015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피부암 판정을 받았다. 암세포가 뇌로 전이되면서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이 약을 약 4개월간 복용하고 완치 판정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키트루다는 대중의 큰 관심을 받았다.

두 번째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계열의 약들이다. 최근 이 계열의 약 두 종류가 FDA의 승인을 받았다. 이 약들은 환자의 면역세포를 꺼내 암세포에서 쉽게 발현하는 단백질을 인식할 수 있도록 유전적 변형을 한 뒤 다시 몸 안에 넣어주는 방식이다. 암을 공격할 수 있는 창을 환자의 면역 시스템에 주입하는 셈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면역체크 포인트 억제제 약들은 면역 관련 단백질을 타깃으로 삼는다는 것을 제외하면 기존 표적치료제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제는 유전자 치료를 적용한 최초의 치료방식이라는 점이다.

8월에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은 노바티스사의 킴리아(Kymriah)는 임상실험을 거쳐 유전자 치료를 승인 받은 첫 사례다. 그리고 2개월 뒤 길리어드사의 예스카르타(Yescarta)가 연이어 승인을 받았다.

킴리아는 백혈병 환자를, 예스카르타는 림프종 환자를 치료하는 데 사용한다. 현재는 대부분의 CAR-T 치료제가 ‘CD19’라는 단백질을 인식할 수 있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를 이용하고 있다. 어떤 단백질을 인식하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를 만드느냐에 따라 이 창의 위력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항암 면역치료제의 긴 여정은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는 가격이 비싸고 모든 암에 적용할 수 없다. 앞으로 유전자 분석 기술과 유전자 변형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가격이 내려가고 더 많은 종류의 암을 고칠 수 있는 항암 면역치료제가 계속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이호준
스탠퍼드 의대 종양학과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