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硏 “유통규제 해제 시급”
중동의 유통산업을 주도하는 두바이는 정부가 대형 쇼핑몰의 확장을 지원하고 나섰다. 면적만 50만2000m²에 달하는 두바이몰에서는 매년 수십 건의 대형 국제전시회가 열린다. 야간 분수쇼는 국제적인 관광자원이 됐다. 프랑스는 1960년대부터 2000년까지 대형점포 입점제한 등 강력한 유통규제를 시행했다가 2009년부터 규제를 풀고 있다. 자국 유통산업을 크게 키우기 위해서다.
세계 각국이 유통산업 강화에 나선 가운데 한국만 각종 규제로 유통산업의 발전을 막고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등 ‘역주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유통 소매기업 상위 200곳(매출 기준)의 전체 매출액은 128조4000억 원이었다. 이는 미국 유통기업 코스트코 한 곳의 연매출인 137조8000억 원보다도 9조4000억 원이 적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의 지난해 매출은 563조9000억 원, 한국에서 가장 큰 유통기업인 롯데쇼핑은 같은 기간 매출이 30조7940억 원이다. 내수 시장이 한국의 19배가량인 미국 기업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유통 경쟁력 차원에서 뒤처진다는 지적이 많다.
연구원은 유통산업의 중요성을 생산과 고용에서 찾았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은 상시고용 인원만 6000명이고 그중 청년이 3300명이다. 간접적인 일자리 효과까지 따지면 취업유발효과가 1만32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 하남시 신세계 하남스타필드는 총 3만4000명의 취업유발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이 때문에 각국 정부는 규제를 풀어 유통업을 키우고 있다. 일본은 대도시에 대형 점포의 신규 출점을 제한하는 법을 바꿔 진입규제는 없애고, 그 대신 교통정체나 주차문제 등을 개선하는 내용으로 바꿨다. 미국은 아예 유통과 관련한 규제가 없어 월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 간의 경쟁으로 가격 인하 등 소비자에게 유리한 변화가 나타났다.
정부의 지원을 업은 글로벌 업체들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도입하는 등 자체 경쟁력 강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