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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대통령이 王도 아닌데 초법적 청원… 모른체하기도 난감”

입력 | 2017-11-20 03:00:00

[靑 국민청원 게시판 3개월]




19일 현재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서 가장 많은 서명을 받은 것은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다수가 사실상 법을 뛰어넘어 대통령이 다 해결해 달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몰려드는 청원을 모른 체할 수도 없고…”라고 토로했다. ‘직접 민주주의 실험’에 따른 현실적인 부작용을 둘러싼 청와대의 고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 온갖 청원에 곤혹스러운 靑

청와대 청원은 운영 3개월 만에 4만5000건을 돌파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법치주의 국가의 대통령 권한을 뛰어넘는 청원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군내 위안부를 설치해 달라”는 상식 밖의 청원이 올라와 게시판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청원 게시판은 익명으로 운영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 중인 ‘국민신문고’와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여론 편향성도 청와대가 고민하는 지점이다. 현재 베스트 청원 중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출국 금지 청원’(2위), ‘자유한국당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12위) 등 진보 지지층의 의견이 대폭 반영된 청원이 자리 잡고 있다. 반면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추천을 철회해 달라는 청원은 추천이 한 자릿수를 넘지 못했다. 여권에서조차 “청원 게시판이 지지자들의 결집소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청와대는 9월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이 추천한 청원에 답변한다”며 현실적인 타협책을 내놨다.

청원 게시판을 직접 민주주의 창구로 삼는 것에 대해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8일 한 토론회에서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청원에서는 어떤 이해집단은 과다 대표되고, 어떤 집단은 과소 대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정당발전위원회(위원장 최재성)는 “정당 혁신의 핵심은 대의 민주주의의 강력한 보완과 직접 민주주의 도입”이라며 직접 민주주의 기조를 더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청와대 역시 청원 게시판에 대해 “대의 민주주의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우려는 여당에서도 나온다. 변호사 출신의 한 여당 의원은 “조두순의 출소를 막는 것이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은 자명하다. 이런 이슈까지 청와대가 직접 나서야 하는 상황을 자초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국민 발안제 등 제도적 접근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에는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게시판이 없다.

○ ‘전달’은 있고 ‘질문’은 없는 靑의 SNS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소통 강화도 ‘직접’ 코드의 연장선상이다. 청와대가 자체 제작하는 ‘친절한 청와대’에는 청와대 참모는 물론이고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은경 환경부 장관 등 내각 인사들이 연이어 출연했다. 주 콘텐츠는 정부 정책에 대한 설명이다. 청와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때도 자체 SNS 생중계를 적극 활용했다. 하지만 “보안 등의 이유로 공개하지 않는 행사를 생중계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내부 지적으로 일부 생중계는 취소됐다.

SNS 확대를 두고 “일방적 전달”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청와대 인사는 “시대의 변화라며 찬성하는 의견도 있지만, 정권이 일방적으로 홍보하려는 시도는 매번 실패했다는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연이은 고위 공직 후보자 낙마로 검증 책임론이 불거진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취임 당일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춘추관을 찾지 않았다. 국회의 출석 요구 역시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 수석은 소년법 폐지 청원에 답하기 위해 ‘친절한 청와대’에 출연했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는 “현 청와대의 SNS 소통은 직접 민주주의를 통해 다양한 여론을 반영하기보다는 지지층의 목소리를 더 강화하는 경향성이 있다. 청와대가 SNS를 통해 분출된 목소리를 국회와 소통하면서 검증, 보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유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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