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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스모 선수, 후배 맥주병 폭행…“선배가 말하고 있는데!”

입력 | 2017-11-15 11:53:00

하루마후지 스모 선수. 사진=닛폰테레비뉴스 캡쳐


일본 유명 스모 선수가 군기를 잡는다는 이유로 후배 선수를 맥주병으로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15일 산케이 신문, 마이니치 신문, 니칸스포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스모에서 가장 높은 등급을 뜻하는 ‘요코즈나(橫網)’를 획득한 스모 선수 하루마후지(日馬富士·33)는 동료 및 후배 선수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맥주병으로 머리를 가격하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사건이 발생한 시점은 지난달 26일 저녁으로, 하루마후지를 비롯한 몽골출신 요코즈나 선수 하쿠호(白鵬·32), 가쿠류(鶴龍·32), 다카노이와(貴ノ岩·27) 등은 스모 관계자와 혼슈 돗토리현에서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

이들은 1차 모임에서 거나하게 술을 마신 뒤, 무르익은 분위기를 이어 2차 모임을 가졌다.

그러나 2차 모임에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당시 술에 취한 하루마후지는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등 평소 태도를 지적하며 후배들에게 주의를 줬다. 그러던 중 다카노이와의 허리 춤에 꽂혀 있던 스마트폰이 울리기 시작했고 이것이 폭행의 시발점이 됐다.

벨소리에 화가 난 하루마후지는 근처 테이블에 놓여있던 맥주병을 들고 다카노이의 머리를 냅다 가격했다. 하루마후지는 “사람이 말을 하고 있는데”라고 외치며 화를 주체하지 못했다. 맥주병에 맞고 쓰러진 다카노이의 머리에서 피가 흐르는 상황에서도 하루마후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재떨이, 노래방 마이크, 맨손을 이용해 계속해서 폭력을 휘둘렀다.

목격자들은 하루마후지는 다카노이와가 방어할 새도 없이 빠른 속도로 맥주병을 낚아챈 뒤 맥주병을 휘둘렀다며, 당시 매우 큰 소리가 났고 다카노이와는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졌다고 말했다.

또한 맥주병 가격 이후에도 20~30번 가량 주먹을 휘두르며 다카노이와 외에도 그 자리에 있던 후배들을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다카노이와는 양손으로 머리와 얼굴을 막기만 할 뿐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술에 취해 이성을 잃은 하루마후지는 폭행 중에도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드는 등 욕설과 함께 다른 후배들에게 “너희가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고함까지 쳤다.

기분좋게 시작된 스모 선후배 간 술자리는 피를 보는 공포의 회식으로 끝이 났다.

사건 발생 3일 뒤인 지난달 29일 다카노이와 측은 하루마후지를 폭행 혐의로 돗토리 현 경찰에 신고했으며 13일 두개골 골절, 과다 출혈 등의 진단서도 제출했다.

다카노이와 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 피해 신고를 철회할 생각은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편 사건 이후 하루마후지는 11일 열린 스모협회 임시 이사회에서 다카노이와를 비롯한 스모 관계자들에게 “폐를 끼치게 된 것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일본 스모계 안팎에서는 하루마후지의 난폭한 술버릇은 이미 수년 전 부터 지적되어 온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익명의 스모 감독은 “하루마후지가 술에 취하면 손을 댈 수 없다고 알고는 있었으나 이렇게까지 될줄은…”이라며 이번 사건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기도 했다.

일본 스모협회는 진상조사 후 당사자를 징계할 방침이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