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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사회주의, 개인의 자유 못지켜 성공못해”

입력 | 2017-11-15 03:00:00

[러시아 혁명 100년/상트페테르부르크를 가다]‘국립 정치사박물관’의 혁명 재평가




러시아 혁명 100주년을 맞아 재평가를 진행 중인 국립 러시아정치사박물관의 예브게니 그리고리예비치 관장, 옐레나 아나톨리예바 견학팀장, 알렉산드르 게오르기예비치 기획팀장.(왼쪽부터)

“러시아 혁명은 더 좋은 사회를 꿈꾸며 시작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국립 러시아정치사박물관 예브게니 그리고리예비치 관장은 “‘좋은 게 있고 더 좋은 게 있다면 더 좋은 건 그냥 좋은 것의 적이다’라는 러시아 속담이 있다”며 “우리는 좋은 것이라고 해서 사회주의를 실현했는데 더 좋은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박물관은 사회주의 혁명 성공 이후 소련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박물관으로, 1920년 1월 문을 열었다. 박물관에서는 유물 전시는 물론이고 역사학자 200여 명이 자국 정치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혁명에 관련된 가장 권위 있는 연구소 중 한 곳이다. 그리고리예비치 관장과 알렉산드르 게오르기예비치 기획팀장, 옐레나 아나톨리예바 견학팀장과 3일 만나 혁명에 대한 평가와 사회주의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이들은 2008년부터 러시아 혁명 재평가 작업을 진행 중이다. 게오르기예비치 팀장은 “지금은 혁명 이후 적군과 백군으로 나뉘어 싸웠던 내전을 평가 중인데 우리는 이를 ‘저주받은 내전’으로 부른다. 당시 볼셰비키인 적군이 이겼지만 내전에 승자는 없다. 내가 승자면 옆집은 패자가 되는 구조였다”고 평가했다. 재평가를 할수록 러시아 혁명의 긍정적인 의미는 줄어들고 있다는 게 그들의 의견이다.

러시아 혁명이 ‘20세기 인류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라는 데도 의견이 갈렸다. 게오르기예비치 팀장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파시즘을 무너뜨린 것이 더 큰 사건”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아나톨리예바 팀장은 “파시즘과 나치즘은 소련이 탄생하지 않았다면 없었을 것”이라며 “러시아 혁명을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매년 13만 명 이상이 다녀가는 박물관에서 최근 몇 년 새 중국인 관람객이 크게 늘고 있다. 게오르기예비치 팀장은 “중국 사람들은 방명록에 ‘러시아는 왜 이렇게 사회주의 혁명의 색깔을 지우려고 하느냐’고 말하지만 정작 러시아인들은 방명록에 ‘내가 죽기 전에 이렇게 객관적인 연구를 볼 수 있게 돼 놀랍다’고 쓴다”고 말했다.

사회주의 종주국으로서 이 이념이 되살아날 가능성은 없을지를 물었다. 3명 모두 고개를 저었다. 게오르기예비치 팀장은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정신은 ‘아무도 재산을 바탕으로 남의 노동을 착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고, 이는 상당히 괜찮은 출발이었지만 소련 사회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지키지 못해 성공할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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