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IB 출범… 발행어음 시장 열려
13일 금융위원회는 증권사 5곳을 초대형 IB로 지정하고, 이 중 금융감독원 심사가 완료된 한국투자증권에 대해서는 발행어음 업무(단기금융업)를 인가했다.
발행어음이란 증권사나 종합금융회사가 영업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일반 투자자들에게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단기 금융상품이다.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의 초대형 IB는 자기자본의 2배까지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이렇게 마련한 자금은 기업 대출, 비상장사 지분 투자, 부동산 금융 등에 쓸 수 있다.
발행어음은 예금자 보호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증권사가 파산하지 않는 이상 원금이 손실될 위험이 극히 낮아 은행 예금, 증권사 환매조건부채권(RP) 상품과 비슷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정기예금과 마찬가지로 가입 시 정해진 기간 동안 확정금리를 받을 수도 있고, 발행어음에 투자하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상품에 가입하면 수시입출금식 예금처럼 매일 적용되는 금리가 조금씩 달라진다.
발행어음 금리는 증권사마다 다르다. 금융투자업계는 발행어음 금리가 은행 금리보다 높은 연 1%대 후반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동원 SK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로서는 수익성이 괜찮은 투자처가 있다면 투자자에게 발행어음 금리를 더 주더라도 자금을 끌어오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권사가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높은 수익을 올리게 되면 투자자들이 받는 금리는 더 높아질 수 있다.
특히 ‘1호 초대형 IB’인 한국투자증권은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리기 위해 발행어음 금리를 공격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자산을 늘리기 위해 연 3%대 특판 RP를 내놓기도 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금리를 아직 정하지는 않았지만 예금자 보호가 안 되는 만큼 은행 예금보다는 금리가 높아야 투자자들이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종합투자계좌(IMA) 서비스가 허용되면 투자 기회는 더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IMA는 펀드처럼 실적 배당형으로 수익을 제공하면서도 원금이 보장돼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찾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 지금은 자기자본 8조 원 이상의 기준을 충족한 곳이 없어 아직 도입되지 않고 있지만 향후 이 기준을 채우는 초대형 IB들이 나타나면 관련 상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경쟁을 통한 투자 기회 확대 등 긍정적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투자 기회가 생길 수 있고, 시장에선 기업에 자본을 공급할 경로가 늘어나게 됐다”며 “초대형 IB 도입으로 경쟁이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신민기 minki@donga.com·송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