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향나무
유교, 불교와 깊은 인연을 맺어온 우리나라의 향나무.
중국에서는 ‘시경(詩經)·국풍(國風)’에 나타나듯 향나무를 회(檜)라 부른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회를 전나무라 부르고, 일본에서는 편백나무라 부른다. 나는 같은 나무를 각국의 사정에 따라 달리 부르는 현상을 ‘문화변용’이라 부른다.
향나무는 나무 중에서도 좋은 향기를 내는 대표적인 나무다. 그래서 제사를 지내는 우리나라와 중국 등에서는 향나무를 즐겨 심는다.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향나무를 즐겨 심은 또 다른 이유는 공자가 직접 향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다. 중국 산둥성 취푸의 공부(孔府)에는 공자가 직접 심었다는 향나무를 기념하는 ‘선사수식회(先師手植檜)’ 푯말이 있다.
향나무는 불교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찰을 향계(香界), 극락세계를 향국(香國), 불사에 올리는 돈을 향전(香錢), 부처 앞에서 향을 피우고 서약하는 것을 향화정(香火情)이라 불렀다. 노계 이인로(1152∼1220)의 ‘설용동파운(雪用東坡韻)’과 난설헌 허초희(1563∼1589)의 ‘청루곡(靑樓曲)’에 등장하듯이 귀한 사람들은 일곱 가지 향나무로 만든 수레, 즉 칠향거(七香車)를 타고 다녔다.
향나무처럼 자신의 몸을 태우면서 향기를 내는 존재는 아주 드물다. 사람이 속을 태우면 향기가 나기는커녕 얼굴이 누렇게 변한다. 향나무가 죽어서도 향기를 뿜어내는 것은 그만큼 삶이 지독하기 때문이다. 한 존재가 지독하지 않고서는 온전히 자신의 능력을 드러낼 수 없다. 사람도 생전에 자신의 에너지를 남김없이 불살라버려야만 죽으면서 세상에 향기를 남기고 갈 수 있다.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