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유교 문화가 지배한 조선시대의 아버지라고 하면 근엄한 이미지가 쉽게 떠오른다. 하지만 최근 박동욱 한양대 교수가 쓴 책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휴머니스트)에는 다소 낯선 옛 아버지들의 글이 소개돼 있다.
“집에서는 중처럼 지내야 하고 마을에선 아낙처럼 처신하여라.”
조선 후기 실학자 안정복(1712∼1791)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다. 조심스러운 처신을 당부하는 전형적인 조선시대 아버지의 모습이다. 그러나 아들이 병으로 자신보다 일찍 죽자 “잊어버리고자 하여도 잊어버릴 수 없는 것은 너의 효순한 행실, 아름다운 자태인데 다시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구나”라며 애절할 부정(父情)을 담은 글을 남겼다. 좌의정과 우의정을 모두 지낼 정도로 승승장구했던 채제공(1720∼1799)은 50이 넘은 나이에 아들을 얻었다. 그는 “네 살이라 말하기 힘들 정도로 총명함이 너무 사랑스럽다”라며 다소 팔불출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