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달의 이면’ 展… 亞 현대미술 작가 22명 유럽-지중해문명 재해석
26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만난 시로키 작가는 뮈셈의 옛 접시 그림을 참조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지중해를 형상화했다. 광주=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전시 제목인 ‘달의 이면’은 세계적 석학인 클로드 레비스트로스(1908∼2009)의 저서 제목에서 따왔습니다. 아시아문화전당이 2013년 문을 연 프랑스 마르세유의 유럽지중해문명박물관(MuCEM·뮈셈)과 협력한 전시인데요. 아시아 현대미술 작가 22명이 마르세유에 약 1주일간 머물면서 뮈셈의 소장품 100만여 점을 각자의 관심에 따라 해석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전시를 기획한 김성원 아시아문화전당 전시사업본부장의 설명을 들어볼까요. “아시아 작가들에게 유럽지중해 지역의 민속 전통과 일상문화를 해석하도록 제안한 것은 ‘익숙함이라는 낯섦’에 대한 다양한 입장에 주목했기 때문입니다.”
전시를 하루 앞둔 26일 아시아문화전당에 가보니, 일본의 시로키 아사코 작가는 참나무 의자로 대륙을, 푸른색 천으로 지중해를 형상화했더군요. “제가 뮈셈에서 참고한 건 유럽 사람들이 사용하던 두 개의 도자기 접시였어요. 바다를 항해하는 배 그림과 어린이들이 노는 그림이 각각 접시에 그려져 있었죠. 어린 시절의 꿈과 바다의 역동성을 나무, 천, 유리, 돌을 사용해 표현했어요.”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달의 이면’ 전시. 이슬기 작가는 프랑스 유럽지중해문명박물관에 전시된 왕골 바구니를 본 후 아프리카로 가서 한글 모양의 왕골 바구니를 만들어 이번에 전시했다. 광주=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인도에서 온 프라바카르 파슈푸테 작가는 뮈셈의 농기구들을 주목했습니다. ‘죽어 있는’ 연장을 인간의 몸과 결합한 혼성 생물체로 재탄생시키고 그걸 전시장 벽화로 그렸죠. 이상혁 작가는 19세기 유럽인의 식생활을 다룬 그림들을 뮈셈 수장고에서 빌려와 걸고, 그림 속 치즈 만드는 도구들을 독창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일례로 그가 설치한 금속 조각은 응고된 우유에서 물기를 제거할 때 사람의 팔이 그리는 움직임을 형상화했다는군요.
감히 말하건대, 보이는 달의 표면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달의 이면을 통해 보면 역사는 더욱 중요해집니다. 인류의 과거 가운데 신비롭게 남아있는 부분에 접근하는 데 있어 지중해의 일상도 중요한 열쇠를 제공해 주리라 생각합니다.
광주=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