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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시선/후지타 다카노리]하류 노인국으로 전락한 일본

입력 | 2017-10-24 03:00:00


후지타 다카노리(藤田孝典) 일본 비영리법인 홋토플러스 대표

일본은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된 국가다. 지난해 10월 기준 일본의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전체의 27.3%로, 현역세대(15∼64세) 2.3명이 노인(65세 이상) 1명을 부양하고 있는 꼴이다. 게다가 2025년은 단카이(團塊) 세대(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난 세대)가 75세 이상이 되는 해로 노인 케어 비용이나 노인의료비가 급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반면 사회안전망은 급격한 고령화에 발맞춰 가지 못하고 있다. 만들어진 지 50년 이상 된 제도와 지금 노인들의 현실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부작용 중 하나가 바로 ‘하류 노인’이다.

‘하류 노인’이란 생활보호 기준 정도의 소득 이하로 생활하는 고령자 또는 그러한 우려가 있는 고령자를 뜻한다. 일본의 노인 빈곤율(65세 이상의 상대적 빈곤율)은 19.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4번째로 높다.

일본의 하류 노인 사례를 하나 소개한다. 중소기업에서 40년간 일한 A 씨 연봉은 젊은 시절 300만 엔(약 3000만 원) 정도. 퇴직 직전에는 500만 엔(약 5000만 원) 정도였고, 민간 임대 아파트에서 독신으로 살았다. 퇴직 당시 저축한 1500만 엔과 퇴직금 1500만 엔을 합쳐 총 3000만 엔(약 3억 원) 정도의 노후 자금이 있었으므로 은퇴 후에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3000만 엔이 사라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퇴직 후 7년 만에 의료비와 생활비로 금세 바닥이 난 것이다. 1년에 두 번 심근경색이 발생하는 바람에 부득이하게 장기 입원과 요양 생활을 반복한 것이 원인이다. 게다가 A 씨는 국민연금만 있을 뿐 후생연금(피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적연금 제도. 수입에 따라 금액이 달라짐)에 가입하지 않아 연금 수입도 많지 않았다. A 씨는 지금은 생활보호대상자로 치료를 받으며 생활하고 있는데 “병이 연달아 올 줄은 몰랐다” “생활보호를 신청하다니 상상도 못했다”는 말만 연거푸 하고 있다.

관련 제도를 잘 모른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일본에는 ‘고액요양비제도’라고 하는 의료비 상한이 있어 초과분은 면제되지만 A 씨는 이를 몰랐다. 물론 지금 일본의 경우, 공적 제도만으로 안정된 노후를 보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정기적인 건강검진이나 신속한 진단 등을 통해 건강 상태를 체크함으로써 의료비를 억제하거나 민간보험 또는 주식 등을 이용해 노후 자금을 저축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 그러나 자산을 형성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사회관계자본’을 늘려 어려움에 처했을 때 서로 의논하고 도울 수 있는 가족이나 친척, 친구, 지인이 주위에 있는 것이 역시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사회나 국가와 상관없이 실천할 수 있는 ‘하류 노인 방지 대책’이다.

일본은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과제를 인지하는 것 자체가 늦어져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었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고령화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한국은 일본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

후지타 다카노리(藤田孝典) 일본 비영리법인 홋토플러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