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기 리듬 유전자’ 치료법 각광
일주기 리듬 유전자는 호르몬이나 신호전달물질을 조절해 24시간 체제에 맞게 신체의 활동을 미세하게 조절한다. 그래픽 출처 노벨상위원회
올해 2월 미국에서 열린 국제뇌중풍학회 학술대회에서 앤더스 웨스트 덴마크 코펜하겐대 뇌중풍센터 연구원은 뇌중풍(뇌졸중) 재활 환자 중 우울증 증세가 있는 환자는 청색 빛을 쬐는 시간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우울증을 완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웨스트 연구원은 뇌중풍 환자에게서 우울증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 “낮에 태양 빛을 받지 않고 밤에 TV나 휴대전화에서 청색 빛을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의 몸에 있는 유전자는 낮에는 빛을 받고 밤에는 빛이 사라진다는 것을 기억하고 그에 맞게 행동한다. 그런데 입원 환자는 낮에는 실내에 있고 밤에 빛을 받아 유전자의 활동이 어그러진다. 특히 청색 빛은 생체 물질에 영향을 잘 주는데, TV나 휴대전화 화면에서 청색 빛이 많이 나온다.
항암제를 특정 시간에 투여하면 효과가 높아진다는 의사들 사이의 속설도 일주기 리듬 유전자로 설명할 수 있다. 암세포는 돌연변이 세포라 정상 세포와 다른 일주기 리듬을 가지기도 한다. 프랜시스 레비 영국 워릭대 교수는 2001년 암세포와 일반 세포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항암제 투여 시간을 잘 맞추면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연구를 의학 전문 학술지 ‘랜싯’에 발표한 바 있다. 2013년엔 대장암에 걸린 쥐에 항암제를 시간에 따라 다르게 투여할 경우 효과가 최대 3배나 달라짐을 밝혔다.
비만이나 당뇨 같은 대사질환의 원인 역시 일주기 리듬 유전자 문제와 관련 있다. 앤드루 맥힐 미국 브리검여성병원 연구원은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 수치가 높을 때 음식을 먹으면 대사질환의 주원인인 체질량 수치가 높아진다는 연구를 미국 임상영양학저널 9월 6일자에 발표했다. 멜라토닌은 해가 진 뒤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일주기 리듬 유전자가 조절하는 대표적인 호르몬이다. ‘잠자기 전에 음식을 먹으면 살찐다’는 속설이 증명된 셈이다.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