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치 前북핵특사 동아일보 인터뷰
미국 워싱턴의 대표적 대북 대화파인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특사(사진)는 1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선제 타격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1993년 제1차 북핵 위기 당시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맡아 이듬해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 냈다.
갈루치 전 특사는 트럼프가 군사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는 대북 레드라인(한계선)에 대해선 “북한이 괌 주위 바다에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날리거나 태평양상에서 수소폭탄을 터뜨리는 경우”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주한미군과 그 가족들이 있다고 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군사 행동에 나서지 말란 법도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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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대화 가능성과 관련해선 “북-미가 양국에 연락사무소를 세워야 한다”고 밝힌 뒤 “미국은 지금까지 해왔던 대북 제재를 풀고 북한과의 경제, 문화 교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긴장 상황을 풀기 위해 대북 특사를 보낼 것을 적극 추천했다. 적임자로는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군축담당 특보를 첫손에 꼽았다. 아인혼 전 특보는 대이란 제재의 실무 책임자로 참여했던 미 공화당 내 대표적 대북 강경론자 중 한 명이다. 다만 그는 “대북 특사는 대통령과의 친분이 중요한 기준인데 아인혼이 (트럼프와) 잘 맞을지는 모르겠다. (아인혼이) 안 된다면 예비역 장군 등 군인 출신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최근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한 ‘미중 빅딜론’에 대해선 “정신 나간 소리 같다(it sounds crazy)”고 일축했다. 빅딜론은 중국이 김정은 정권 붕괴를 끌어낼 경우 미국이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을 철수하라는 제안이다. 그는 “중국의 이익에 ‘빅딜’이 얼마나 부합할지 의문이고 더더군다나 중국이 미국이 내건 협상조건을 믿지 못해 협상이 진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 식의 협상이 아니면 다 문제가 많다고 한다. 이건 헛소리(bullshit)”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부동산업자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협상 전문가라고 주장하는데 난 외교 전문가”라고 쏘아붙였다.
한편 갈루치 전 특사는 16일 문재인 대통령과 1시간 넘게 면담했다. 그는 “어떤 경우 미국이 무력 사용에 나설지 등에 대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 달 트럼프 대통령 방한 때 문 대통령이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으로 느끼는 압박감을 분명하고 솔직하게 트럼프 대통령에게 얘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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