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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 뺏긴 쿠르드, 독립 물 건너가

입력 | 2017-10-18 03:00:00

독립에 필수적인 키르쿠크 지역, 이라크군이 무력으로 장악
내부 분열로 저항도 제대로 못해




이라크 정부군은 16일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와 함께 쿠르드자치정부(KRG)가 장악했던 핵심 유전지대인 키르쿠크주의 주요 지역을 모두 점령했다. 경제적 독립을 위해 반드시 사수해야 했던 키르쿠크를 허무하게 빼앗기면서 KRG의 독립이 사실상 무산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이라크군은 탱크, 장갑차 등 기갑부대와 정예부대를 앞세워 키르쿠크 남부의 K-1기지 등 주요 군 기지와 공항, 국영 석유회사의 북부 본부를 장악했다. 키르쿠크 주의회에 펄럭이던 쿠르디스탄 깃발이 내려가고 이라크 국기가 게양됐다. 이라크군이 KRG에 키르쿠크 철수 시한을 통보한 지 이틀 만이었다.

자바르 알루아이비 이라크 석유장관은 17일 성명을 통해 키르쿠크주의 모든 석유시설을 중앙정부가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루아이비 장관은 “중앙정부는 키르쿠크주에 새 정유시설을 세우고 산유량을 배로 늘리기 위해 외국 회사와 계약할 것”이라며 “KRG가 원유 수출용 송유관을 막는다면 법적 조치할 것”이라고 전했다.

키르쿠크는 KRG 자치령은 아니지만 쿠르드계가 주민 다수를 차지한다. KRG의 원유 수익의 절반가량이 이곳에서 나오기 때문에 경제적인 의미도 크다. 이 때문에 KRG의 군 조직 페슈메르가는 2014년 중반 급격히 세력을 떨친 이슬람국가(IS)에 맞서 필사적으로 이곳을 사수했다.

지난 3년간 IS로부터 키르쿠크를 지켜냈던 KRG는 변변한 저항도 하지 못하고 퇴각했다. 이는 KRG의 두 정파 쿠르드민주당(KDP)과 쿠르드애국동맹(PUK)의 극심한 분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강경파인 KDP와 달리 온건파인 PUK가 이라크군과 합의해 일부 병력을 철수시켰다. 페슈메르가의 70사단장 자파르 셰이크 무스타파는 “페슈메르가 대원의 목숨을 보호하기 위해 키르쿠크에서 철수했다”며 “이라크군 병력이 페슈메르가보다 훨씬 많았다”고 말했다.

KRG가 분리·독립 투표 철회 요청을 무시한 것에 화가 난 미국이 이라크군의 키르쿠크 점령을 방관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KRG는 지난달 25일 이라크 중앙정부,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시행했고 유권자의 93%가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미국이 쿠르드를 포기할 경우 시아파 세력이 이라크를 완전히 장악해 사실상 이란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된다. 미국으로서는 이란을 견제할 수단이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나즈말딘 카림 키르쿠크 주지사와 15일 밤 통화했다는 데이비드 필립스 전 미국 국무부 관리는 17일 영국 가디언에 “시아파 민병대 대중동원(PMU)은 완전히 이란의 구성체”라며 “이 작전은 쿠르드족에 대항하는 이란의 작전이었다”고 전했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 김수연·위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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