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초 워싱턴의 에이스 맥스 슈어저가 등판하자 4만3849명이 모인 관중석에서 함성이 쏟아졌다. 내셔널리그 탈삼진왕(268개) 슈어저가 구원투수로 등판한 건 디트로이트 소속이던 2013년 10월 오클랜드와의 디비전시리즈 이후 약 4년 만. 더스티 베이커 워싱턴 감독이 이틀 휴식 뒤 등판이라는 초 강수를 꺼낸 건 슈어저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4-3 한점 차 리드를 경기 후반까지 이어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베이커 감독의 선택은 해피엔딩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13일 미국 워싱턴DC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최종 5차전에서 워싱턴은 시카고 컵스에 8-9로 패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챔피언 컵스는 시리즈전적 3승2패로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에 진출하며 우승반지를 향해 걸음을 내딛었다.
슈어저의 구원등판이 결과적으로 악수가 됐다. 2사 후 포수 윌슨 콘트레라스에게 안타를 내준 것이 화근이 됐다. 슈어저는 5회에만 안타 3개(2루타 1개 포함), 고의사구 1개, 몸 맞는 공 1개를 내주며 4실점(2자책점)했다. 시즌 마지막경기의 패전투수가 됐다.
컵스에서는 유격수 애디슨 러셀의 활약이 빛났다. 4차전에서 워싱턴의 결승득점으로 연결되는 치명적인 실책을 기록했던 러셀은 이날 5회 결승 2타점 2루타를 치는 등 4타수 2안타 4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경기 뒤 러셀은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컵스의) 젊은 선수들은 성공을 이어왔다. 이 자리에 컵스의 일원으로 있는 것이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컵스 마무리 웨이드 데이비스도 2와 3분의 1이닝 동안 2피안타 1실점으로 이번 시리즈에서만 세 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9회 2사 워싱턴의 대표타자 브라이스 하퍼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팀 승리를 지켰다. 내셔널스파크에 컵스 승리의 상징인 ‘W 깃발(흰 바탕에 파란 글씨로 W라고 쓴 깃발)’이 나부꼈다.
컵스는 이제 LA 다저스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을 가린다. 두 팀은 지난해에도 같은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맞붙었다. 당시 컵스가 4승 2패로 승리했다. 올 정규시즌엔 다저스가 4승 2패로 우위다.
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