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과학 은행’ 어떤게 있나
한국뇌은행 네트워크는 전국에서 기증받은 뇌를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도록 처리한 뒤 보관한다. 과학자들은 필요한 뇌 부위를 제공받아 연구에 이용할 수 있다. 한국뇌연구원 제공
제대혈이나 정자, 난자 같은 생체조직도 은행에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시대다. 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들 분야 외에도 연구는 물론 인류의 발전과 평화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은행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뇌은행은 사람이 죽을 때 기증한 뇌를 연구에 사용하기 위해 보관하는 은행이다. 뇌은행에서는 뇌를 포르말린에 담가 썩지 않고 원형을 유지하도록 고정하거나 영하 80도로 냉동해 살아 있을 때의 상태 그대로 유지한다. 질병을 앓았을 경우 뇌뿐 아니라 질병과 관련된 장기를 함께 보관해 뇌 연구와 연계할 수 있도록 한다. 폐암 환자의 뇌를 보관할 때는 폐 조직 일부를 함께 보관하는 식이다.
2012년 개관한 한국해양기술원 해양시료도서관은 해양 연구에 필요한 자료를 보관한다. 한국 인근 해역은 물론 태평양 중심부나 북극해처럼 사람이 가기 어려운 지역의 자료도 있다. 해저 5∼6m 깊이 퇴적물을 시추한 코어 퇴적물 1500여 점을 비롯해 표층 퇴적물 8000여 점, 플랑크톤 배양주 1500여 주 등 바다에 관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임동일 책임연구원은 “해외에서는 주로 퇴적물 같은 지질 시료만을 중점적으로 정리하고 있다”며 “플랑크톤 같은 생체 시료를 직접 배양하면서 체계적으로 정리해 연구자들에게 제공하는 사례는 드물다”고 말했다.
지구에 재앙이 닥친 뒤에도 인류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만든 은행도 있다. 노르웨이 스발바르에는 국제종자저장고가 있다. 이곳에는 세계 각국에서 맡긴 씨앗 72만 종이 평균 500개씩 보관돼 있다. 한국도 벼, 보리, 콩, 조 등 재래종 1만3000여 종을 기부했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이 다 녹아도 잠기지 않도록 해발 130m 높이에 지어졌으며, 내부 온도는 영하 15도로 유지된다. 1년에 한 번 씨앗을 추가 보관하기 위해서만 문이 열린다.
한국에도 이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종자보관소가 있다. 경북 봉화군에 있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다. 스발바르 국제종자보관소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씨앗 보관소 ‘시드볼트’를 지었다. 지하 40m 땅속에 터널을 파 200만 점 이상을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었다. 시드볼트에는 9월 19일 기준 3243종 45만92점의 씨앗이 보관돼 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측은 “식량 종자 보존보다는 지구온난화나 환경오염 때문에 사라져가는 식물 종자를 보존해 산림유전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