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관련 의혹 수사에 30여 명의 검사를 투입하는 등 대규모 물량 공세를 펴며 전 정권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사의 1차 타깃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68)과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 법조계는 검찰이 김 전 장관을 지렛대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추 전 국장을 발판으로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을 겨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일 서울중앙지검(지검장 윤석열)에 따르면 검찰은 국정원 전담 수사팀에 기존 공안2부(부장 진재선),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 외사부(부장 김영현) 외에 형사부 검사를 대거 추가 투입했다. 전국 일선 검찰청에서 검사 14명을 파견받아 형사부에 배치하면서 비슷한 숫자의 기존 형사부 검사를 국정원 수사에 집어넣은 것이다.
검찰은 그동안 국정원의 민간인 댓글부대, 일명 ‘사이버 외곽팀’ 운용 의혹 중심으로 진행해온 수사 방향을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개입 의혹 쪽으로 틀고 있다. 군 자체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이버사 소속 530심리전단은 인터넷에 댓글과 각종 게시글을 올려 국내 정치에 개입했으며 그 과정을 청와대 국방비서관실과 경호상황실 등에 수시로 보고한 사실이 462건의 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검찰은 이 같은 정황으로 미뤄 볼 때 사이버사의 활동이 김 전 장관과 청와대 수뇌부의 긴밀한 교감 속에 이뤄졌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광고 로드중
검찰은 추석 연휴 직후 추 전 국장에 대해 국정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 추 전 국장이 박근혜 정부 시절 우병우 전 수석에게 국정원 정보를 ‘비선 보고’했다는 의혹도 계속 수사할 계획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이 정부에 비판적 성향의 연예인 및 방송사 피디 등을 퇴출하려고 시도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다음 주 김재철 전 MBC 사장(64)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김 전 사장을 상대로 정부에 비판적인 기자와 피디들을 징계, 해고하고 시사고발 프로그램 ‘피디수첩’을 폐지하는 과정에 국정원과 의견을 주고받았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전 정권을 향한 이 같은 수사 흐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너무 노골적으로 방향을 정해 수사를 하다 보면 ‘정치보복’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며 “검사들 사이에서도 최근 수사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강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