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영 정책사회부 차장
이런 점에서 대통령자문기구인 노사정위원회 문성현 위원장이 지난달 28일 동아일보, 29일 조선일보와 인터뷰하며 밝힌 생각은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위원회를 박차고 나간 양대 노총을 향해 ‘원하면 대통령을 부를 테니 돌아와라’ ‘두 노총의 아픔을 이해한다’며 기다리겠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나는 이 대목에서 노사정위의 존재 이유가 노동 소외계층을 배려하고 청년일자리를 확대하며 합리적인 노사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제도 마련이 우선인지 아니면 양대 노총 핵심 간부들의 위상을 높여 어떻게든 위원회 테이블 안에 앉히려는 게 핵심인지 의문이 들었다. 문 위원장도 비정규직이라 아직도 제 권리 찾지 못하는 노동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알바노조 같은 단체를 노사정위 테이블에 앉히려 애를 쓰고는 있다. 하지만 양대 노총을 향한 노력에 비하면 아직 크게 부족해 보인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2대 지침 폐기를 선언했다. 저성과자의 해고 절차를 명확히 한 ‘일반해고 지침’과 노조 동의 없이도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바꿀 수 있게 한 ‘취업규칙 지침’이다. 지난해 1월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지침인데 당시 정부는 이를 통해 경직된 노동시장이 개선돼 기업의 고용 여력이 생겨 청년일자리 확충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별도 기자회견 없이 기관장 회의에서 “2대 지침은 당사자 협의가 부족했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해 노정 갈등을 초래했다”고 폐기 이유를 설명했다. 2대 지침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청년일자리 확충은 어떻게 되는 건지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전임 이기권 장관은 근로시간을 줄이는 법안만 통과되어도 새로운 일자리 수만 개가 생겨난다(물론 대기업 근로자 수입이 줄어들 수는 있다)며 동분서주했지만 지금은 고용부 어디에서도 이런 노력은 찾을 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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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위원장이나 고용부 장관 모두 양대 노총을 향해 ‘잘 모시겠다’는 명확한 신호를 보내는 중이다. 그런데도 양측은 즉답을 주지 않는다. 그만큼 힘이 세고 노동정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이 정도 위세라면 굳이 노사정위에 들어오지 않아도 되는 존재들 아닌가 싶다. 겉으로는 대의명분을 말하지만 현장의 문제는 외면한 채 실제로는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려는 행태야말로 사라져야 할 적폐 아닌가. 누구보다 이런 문제점을 잘 알고 있을 문 위원장과 김 장관이 경쟁하듯 노동단체 모시기에 기관 역량을 집중하고 노동 현장의 당면과제 해결은 뒤로 미루고 있으니 청년 구직자와 그 가족이 보면 가슴을 칠 일이다.
이동영 정책사회부 차장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