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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추석과 추수감사절

입력 | 2017-10-04 08:00:00


추수감사절 식탁에서 가족들이 감사의 기도를 하는 모습

“As we express our gratitude, we must never forget that the highest appreciation is not to utter words, but to live by them.” (고마움을 표할 때 최고의 감사는 고맙다고 말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말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다)

추석입니다. 다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계시죠?

‘미국 판 추석’은 다들 아시다시피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입니다. 이글은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추수감사절을 맞아 한 말입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은 지난 회에 이어 연속 등장하는데요. ‘명언 제조기’라 할만 합니다. 미국인들이 추수감사절 파티에서 잔을 부딪칠 때 즐겨 사용하는 축사라고 합니다. 내용은 좋은데 너무 교훈적인 거 아닌가요.

우리나라 추석은 음력 8월 15일로 9월말이나 10월초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미국은 추수감사절을 11월 네 번째 목요일로 못을 박아놨습니다. 우리나라보다 시기적으로 훨씬 늦습니다. 우리나라 추석처럼 미국 추수감사절 때도 ‘민족의 대이동’이 있습니다. 고향을 떠나온 미국인들은 11월 추수감사절이나 12월 크리스마스 때 고향을 찾죠.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양대 명절을 꼽으라면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입니다. 모두 한 해의 끝에 몰려 있죠. 미국은 추수감사절에서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지는 한달 정도가 일 년의 피크(정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들 고향을 찾고 휴가를 떠납니다. 추수감사절 다음날을 말하는 ‘블랙 프라이데이’부터 크리스마스 때까지는 미국 쇼핑의 절정 기간입니다.

미국인들에게 추수감사절은 즐거운 명절이지만 워싱턴 특파원에게는 가장 힘든 시기입니다. 한국 언론사들은 연말에 기사가 많이 몰리는데 미국은 이 때가 되면 개점휴업 상태여서죠. 미국 취재원들은 대부분 자리에 없거나 업무 종료 분위기입니다. 신년 인터뷰를 따내기 위해 11월경부터 유명한 미국 석학들에게 수없이 전화를 돌리거나 인터뷰 요청 편지를 써도 80~90%는 거절 답변이 돌아옵니다. 특파원에게 추수감사절 같은 명절은 스트레스지수가 급상승하는 때가 되는 이유죠.

추석 때 송편처럼 추수감사절 때도 구운 칠면조, 크렌베리 소스, 호박파이, 옥수수빵 등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들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추수감사절 때 발생하는 교통지옥을 ‘터키 트래픽’(칠면조 교통상황)이라고 부를 정도로 칠면조는 추수감사절 식탁에서 단골 메뉴랍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식 칠면조 요리를 해먹는 분들이 많던데요. 칠면조의 맛이 궁금하시다면 질기고 퍽퍽한 닭고기 같습니다. 칠면조는 크기가 커서 환영받을지 몰라도 별로 맛있는 고기는 아닙니다. 칠면조 요리는 고기 맛이 아니라 ‘어떻게 스터핑(stuffing)을 했느냐’, ‘그레이비(gravy) 맛은 어떠냐’가 승부를 가릅니다. 스터핑은 우리나라 삼계탕처럼 칠면조 속을 발라내고 집어넣는 여러 가지 야채와 햄, 올리브 등을 말합니다. 그레이비는 칠면조 고기 위에 부어 먹거나 찍어먹는 걸쭉한 소스입니다.

명절음식을 못 먹으면 약간은 서글퍼 집니다. 특파원 때 추수감사절이 되면 기사 쓸 시간도 없는데 손이 많이 가는 칠면조 쿠킹은 엄두조차 내지 못했습니다. 대신 한인 타운에 가니 송편을 팔더군요. 송편을 먹으며 추석과 추수감사절을 동시에 기념하던 기억이 새롭네요.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