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새 관찰기/박웅 지음/356쪽·3만5000원·글항아리
사냥을 끝내고 줄지어 바위 위에 앉아 깃털을 다듬으며 쉬고 있는 어린 호사비오리들. 글항아리 제공
여느 자연관찰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이따금 불편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의지와 관계없이 피사체가 된 생명체들의 삶에 이 사진 촬영 현장이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염려스럽게 만드는 사진이 적잖다. 저자는 서문에서 그런 우려를 어느 정도 가라앉힌다.
“새가 사진가를 두려워해 도망가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게 최선이다. 행여 황급히 도망가는 상황을 야기했다면 적어도 그 뒷모습은 촬영하지 않는 게 도리다. 나무와 새 둥지를 잘라 촬영하기 좋은 조건을 만드는 사진가에 대한 뉴스를 접할 때, 같은 생태 사진가로서 부끄러움을 느낀다.”
“야생의 먹이사슬을 방해한 건 맞다. 뱀의 공격을 막아야 했는지 아니면 간섭 말고 그냥 보고만 있어야 했는지. 둘 중 어떤 선택이 옳은지에 대해 아직 판단이 안 선다.”
호사비오리 암수의 짝짓기와 부화 모습을 쫓은 사연을 뼈대로 삼으면서 물까치 꾀꼬리 후투티 휘파람새 등 백두산에서 만난 다른 새들, 쇠솔딱새 물까마귀 등 호사비오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새들의 사진과 그들을 들여다보며 경험한 이야기도 넉넉히 담았다.
클라이맥스는 어미의 뒤를 따라 용감하게 둥지 밖으로 뛰쳐나가 흙 위에 생애 첫발을 내딛는 새끼 호사비오리 남매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묘한 위로가 전해진다. 인스타그램 애완동물 사진과는 한참 다른 무게의 감동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