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파와 파워게임서 밀려… 일각 “트럼프 무역정책 수정 신호”
미국의 대표적인 대중 무역 강경파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주장해 온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장이 워싱턴 ‘파워게임’에서 삐끗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지난달 퇴진한 이후 백악관에 몇 안 남은 ‘국수파’ 보좌관인 나바로 위원장이 이끄는 특임부서 ‘무역·제조업정책국(OTMP)’이 자유무역 찬성파인 게리 콘이 수장으로 있는 국가경제위원회(NEC) 산하로 편입됐다고 27일 보도했다. 존 켈리 비서실장은 이 같은 결정을 26일에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OTMP는 4월 말 취임 100일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설한 부서로 미국인 노동자와 제조업을 지키는 것을 임무로 하고 있다. 대통령이 관심을 갖는 OTMP가 한미 FTA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사수를 주장한 콘 위원장 밑으로 들어가는 것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관련 공약을 버리고 있다는 가장 최근의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폴리티코는 “나바로가 그의 최대 정적인 콘에게 보고하도록 만든 켈리의 결정은 나바로를 백악관 내에서 더 고립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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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바로는 폴리티코에 “나는 지휘계통을 존중하는 사람”이라며 “켈리 비서실장의 지시를 따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켈리 실장이 정책 결정 과정에서 내가 이전과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거라고 확언해줬다”고 주장했다.
백악관 밖의 국수파들은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CNN은 익명을 요구한 배넌의 한 측근을 인용해 “배넌이 이를 매우 멍청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나바로와 친분이 있는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ESRC)의 마이크 웨슬도 폴리티코에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