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의 발언이 또다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문 특보는 27일 한 토론회에서 “한미동맹이 깨지는 한이 있어도 전쟁은 안 된다고 많은 사람이 말한다”고 했다. 손학규 국민의당 상임고문이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문 특보는 “동의한다”며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겠다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문 특보의 발언은 아슬아슬하다. 북한의 막가파식 핵·미사일 위협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미국의 단호한 대응이 한반도 전쟁 위기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게 그의 인식인 듯하다. 한반도 평화를 어지럽히는 호전세력을 북한이 아닌, 미국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미군 B-1B 전략폭격기의 북방한계선(NLL) 이북 출격 작전도 미국의 과잉 대응으로 본다. 그는 “B-1B가 우리 정부와 충분한 협의 없이 비행하고 돌아온 것은 상당히 걱정된다”고 했다.
문 특보는 “동맹을 맺는 게 전쟁을 막기 위한 것인데, 동맹이 전쟁의 기제가 되는 것을 찬성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동맹으로 인해 원치 않는 전쟁에 휘말릴 순 없다는 당연한 말로 들리지만, 과연 국제정치학자의 말인지도 의심스럽다. 동맹의 전제부터 틀렸다. 동맹은 단순히 전쟁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전쟁에서 국가의 생존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동맹을 신성시해서도 안 되지만 죄악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문 대통령은 야당 대표들이 외교안보 라인의 불협화음을 지적하자 “정부 내에 똑같은 목소리가 있을 필요는 없다. 미국에서 대통령이 국무·국방장관과 의견이 다르면 전략적이라고 하면서 왜 국내에선 불협화음이라 하느냐”고 반박했다. 그렇다면 정부 입장과 사뭇 다른 말을 하는 문 특보와는 전략적 역할분담이라도 했다는 것인지 반문할 수밖에 없다. 어설픈 학자 의견에 힘을 실어주는 특보 직함은 거둘 때가 됐다. ‘문 특보’ 말은 더는 듣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