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담사 무문관 수행일기 펴낸 정휴 스님
정휴 스님 제공
정휴 스님(73)은 최근 출간한 ‘백담사 무문관 일기’(우리출판사·사진)에서 이렇게 당부했다. 불교신문 사장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종회의원 등을 지낸 스님은 7년 전 모든 소임을 내려놓고 백담사 무문관 독방에서 수행에 들어갔다. 치열한 수행을 통해 얻은 결과물을 이 책에서 쉬운 언어로 담담하게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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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불교 고승뿐 아니라 가톨릭 성자의 예도 들고 있다. 성 프란치스코는 임종이 가까웠을 때 옷을 벗고 알몸으로 땅바닥에 누운 뒤 “오래지 않아 내 육신은 먼지와 재 이외에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의 정신은 육신을 헌 옷처럼 생각해 죽는 것을 헌 옷 한 벌을 벗는 것이라고 여기는 불교 정신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스님은 “겨우살이 준비를 위해 김장을 하듯이 죽음이 언제 어디서든 덮쳐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면 마음을 비우고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이의 말에 귀 기울이는 태도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고 김수환 추기경이 “말을 배우는 데 3년이 걸렸는데 경청을 배우는 데 60년이 걸렸다”고 말한 일화를 소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생사를 초월해 삶을 완성해 나간 수행자들의 정신세계를 들여다보노라면 얽매임 없이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책을 읽다 보면 소쩍새가 울고 가을이면 단풍이 뚝뚝 떨어지는 산사의 정취도 함께 맛볼 수 있다. 수행자의 정신과 생활을 한층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게 만드는 책이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