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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베테랑 소방관 뇌질환에 공무상 재해 인정

입력 | 2017-09-25 03:00:00

大法 “1만3000회 출동, 질병과 연관”




30여 년간 소방관으로 일하다 소뇌위축증 판정을 받은 전직 소방관이 법정공방 끝에 공무상 재해 인정 판결을 받아냈다.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재판관)는 전직 소방관 이모 씨(62)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공무상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이 씨의 소뇌위축증은 업무와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이 씨는 1977년부터 소방관으로 근무하며 1만3000여 차례나 화재 진압에 참여한 베테랑이었다. 이 씨는 2004년 8월 어지럼증 등으로 한 대학병원을 찾았다가 소뇌위축증 진단을 받았다. 소뇌위축증은 소뇌의 신경핵 등에 문제가 생겨 소뇌에 퇴행성 변화가 오는 병이다.

2014년 초 병세가 악화되자 이 씨는 퇴직을 결심하고 공무원연금공단에 치료비 명목으로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그러나 공단은 “이 씨의 질병과 업무는 인과관계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씨는 공단 결정에 불복해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1, 2심 재판부는 “이 씨의 질병은 업무보다는 유전적 요인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 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이 씨가 화재 현장에서 장시간 유해물질에 노출됐던 점, 2000년대 이전 소방관들의 보호 장구가 매우 열악했던 점 등을 감안하면 이 씨의 질병은 업무와 인과관계가 상당하다”며 이 씨의 손을 들어줬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