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20일 수요일 맑음. 섬. #263 The Ink Spots feat. Ella Fitzgerald ‘Into Each Life Some Rain Must Fall’(1944년)
엘라 피츠제럴드의 음반 표지.
“어우, 웬 소나기야. 여름도 갔는데.”
우린 식당 처마 밑에 제비새끼들처럼 웅크리고는 뻑뻑한 우산을 펴댔다. 우르릉 쾅쾅! 번쩍, 번개 치더니 어김없이 천둥이 지축을 울린다. 일행 중 H가 말했다. “아, 나 아까 어디 주차했는지 기억이 안 나네. 여기서 한 300m 반경 내에 K은행 건물인가 어딘데….” D가 답한다. “일단 제 차 타세요. 같이 한바퀴 돌면서 찾아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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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회전, 우회전, 우회전…. 100m쯤 돌았을까. 대로변에 주차된 하얀 차를 발견했다. “아, 여기 있다. 고마워요.” H가 말했다. “근데, 아… 너무 빨리 찾아서 실망인데….”
D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우린 흰 차에 올랐다. “대리 불렀어요. 우리 음악 들을까?” 맑은 통기타 소리가 카스테레오에서 울려나왔다. ‘…그날도 비가 내렸어/나를 떠나가던 날/내리는 비에 너의 마음도 울고 있다면….’
중력이 1.1배가 된 듯 머리가 무거웠다. 빗방울은 그래서 밤을 가로질러 못내 떨어진 걸까. ‘…다시 내게 돌아와 줘. 기다리는 나에게로/그 언젠가 늦은 듯 뛰어와 미소 짓던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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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