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폴 카버 영국 출신 서울시 글로벌센터팀장
이 3곳은 많은 축구팬들에게는 인생의 버킷 리스트에 포함될 정도로 역사가 깊고 전설적인 경기장이다.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찾고 싶은 ‘성지’라고나 할까. 이 경기장을 방문한 사람들은 아마 역대 월드컵 결승전을 뛰었던 선수들과 그 뜨거운 열기가 환영처럼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는 한국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 중의 하나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2001년 11월 10일 크로아티아와 벌인 개장 경기에서 나를 포함해 6만4000여 명의 축구팬들이 한국 축구의 새 출발을 기대하며 응원했다. 그때부터 나는 그곳을 200번 넘게 찾았다. 단골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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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뚝 솟아 있는 경기장 디자인은 한국 전통 연의 우아한 선을 따라 만들었다고 한다. 아쉽게도 이 모습은 연처럼 높은 곳에서나 제대로 보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옆에 있는 하늘공원에 올라가 보면 흰색 지붕이 마치 연의 살에 펼쳐 씌워져 있는 한지처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도 여기서 경기가 열렸다. 1998년 월드컵 우승국인 프랑스가 갑작스럽게 세네갈한테 졌던 개막전과 첫 번째 4강전이다. 독일과 붙었던 이 4강전은 유럽이나 미주가 아닌 나라가 처음으로 월드컵 4강에 진출한 경기였다. 그날의 추억을 다시 느끼고 싶다면 W석 밑에 위치한 풋볼팬타지움을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한일 월드컵이 끝나고 이 경기장은 가끔 있는 대표팀 경기를 빼고는 약 18개월 동안 외면당했다. 그런데 2004년에 FC서울의 연고 이전으로 다시 살아났다. 경기장은 온통 FC서울 홍보 배너와 선수 깃발로 장식되어 있고, 팬파크에 있는 매점 안에는 FC서울 기념관이 숨어 있다. 물론 이런 모형 트로피로 가득한 유리 상자를 구경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팀의 경기를 직접 경험하는 것이 그 팀의 정신을 느끼는 데 훨씬 더 낫다.
한국에서 ‘직관’(경기장 가서 직접 경기를 관람하는 것)을 하면서 한국 팬 문화의 독특한 점을 몇 가지 느꼈다. 잉글랜드와는 많이 달라서 처음에는 무척 놀랐다. 일단은 잉글랜드 축구장은 거의 남탕으로 보면 된다. 거친 행동도 자주 발생한다. 반면 한국 축구장은 아주 안전하다. 데이트 중인 커플, 가족이나 엄마와 아이들 그리고 여성끼리 온 일행도 쉽게 볼 수 있다. 수많은 팬들이 김밥, 반찬과 과일을 싸오고 또 다른 분들은 피자나 치킨 배달을 시켜서 입구에서 받는다. 열정적인 응원을 위해서인지,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서인지, 아무튼 한가득 손에 든 음식은 한국 경기장에서 빠질 수 없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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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등이 점차 희미해지고 꺼진 뒤에도 일부 팬들은 경기장 뒤쪽에 모여서 승리의 함성을 외치고 노래를 부르며 자신들만의 즐거움을 또 만끽한다. 이런 건전한 팬 문화가 앞으로도 한국 축구에 큰 힘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폴 카버 영국 출신 서울시 글로벌센터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