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주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
A 씨는 어디 주민일까?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자립으로 유명한 독일 ‘자벡(Saerbeck)’이나 오스트리아 ‘무레크(Mureck)’의 주민일까? 아니면 영국 ‘토트너스(Totnes)’의 주민일까? 아니다. A 씨는 바로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성대골’의 주민이다. ‘성대골’은 우리나라 제1호 에너지 자립마을, 즉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재생에너지 설치와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는 에너지 자립도가 높은 마을 공동체이다.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선구적으로 보여주는 모범 사례이기도 하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체 전기 생산량의 20%를 태양광, 풍력과 같이 깨끗하고 안전한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도대체 이 목표가 달성 가능한 것이냐부터 어떻게 달성할 것이냐 까지 여러 우려가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지금껏 우리 국민 모두가 나서서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기도 하거니와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지금껏 우리가 해 오던 방식을 과감히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근거와 어떻게 달성할지를 보여주는 선례들이 충분히 있다. 우선,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가장 중심이 되는 태양광과 풍력이 2030년까지 총 48.6GW가 필요한데,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2014월 12월)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태양광 102.2GW와 풍력 59.4GW 규모의 입지 잠재량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당장 우리 곁에는 ‘성대골’과 같은 선구적인 사례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독일, 영국과 같이 우리보다 먼저 이 길을 걸어온 국가들이 많이 있다. 특히, 독일은 2015년 기준으로 전체 전기 생산량의 29%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는데, 전체 재생에너지 설비의 절반 이상을 개인과 농민이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 국가들이 그동안 해 온 정책들을 잘 살펴서 우리 현실에 맞게 반영하면 후발주자인 우리는 오히려 시행착오를 줄이고 속도도 더 낼 수 있다.
문득 지금의 우리나라 제1호 에너지 자립마을 ‘성대골’을 있게 한 주민 모임 ‘성대골 사람들’의 김소영 대표가 했던 말이 다시 떠오른다. “10여 명의 주민과 에너지 자립마을 운동을 시작한 게 지금까지 이어진 거예요.”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고사성어 ‘우공이산(愚公移山)’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이제 ‘성대골’표 ‘우공이산’을 전국 방방곡곡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이 길에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하게 되는 날이 곧 오리라 기대해 본다.
박원주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