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차세대 배터리 개발 각축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서 자체 개발한 성층권 드론 ‘EAV-3’. 항우연 연구진은 2016년 이 비행기를 18.5km 고도에서 90분 동안 비행시키는 데 성공했으나 올해는 시험비행을 취소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성층권 드론은 날씨나 바람의 방향이 맞지 않으면 이착륙할 기회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한 번 비행으로 10일 이상 하늘에서 머물 수 있어야 한다. 태양빛을 받아 생산한 전기를 모아두었다가 야간에도 프로펠러를 돌려야 한다.
이 때문에 고용량의 배터리 기술이 성층권 드론의 주요 성공 조건으로 꼽힌다. 현재 실용화가 가능한 수준의 성능을 갖춘 성층권 드론은 영국 키네틱사가 개발 중인 제퍼(Zephyr)로, 한 번 날면 2주일 이상 연속으로 비행할 수 있다.
광고 로드중
키네틱사는 이 배터리를 미국에서 공급받았다. 미국은 리튬황전지 관련 기술을 자국과 영국에만 공급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국내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도 성층권 드론 EAV-3를 개발했지만 리튬황전지와 같은 고성능 배터리가 없어 최장 비행시간은 90분 정도다. 항우연 관계자는 “지난해 EAV-3의 성층권 비행에 성공했지만 고용량 배터리 없이는 장시간 비행이 어려워 올해는 시험비행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세계 각국은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에 혈안이 돼 있다. 전기자동차 등 장시간 사용이 중요한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같은 무게의 배터리에 충전 용량을 지금의 몇 배 늘린 차세대 전지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리튬황전지를 개발 중이다. 이현욱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은 물질을 원자 단위까지 측정할 수 있는 ‘투과전자현미경’을 이용해 리튬황전지의 충·방전 과정을 처음으로 관찰하는 데 성공해 7월 27일자 미국화학회지(JACS)에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광고 로드중
리튬황전지와 견줄 만한 차세대 전지로 ‘리튬공기전지’도 주목받고 있다. 리튬을 음극으로, 대기 중 산소를 양극으로 이용하며 충전 용량을 현재의 10배까지 늘릴 수 있다. 다만 리튬황전지처럼 쓸수록 충전량이 급감하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이 숙제는 박병우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팀이 해법을 제시했다. 탄소 대신 티타늄(Ti) 산화물을 리튬공기전지의 전극 물질로 사용한 결과 수백 회 충전을 거듭해도 수명이 유지됐다.
현재 대세인 리튬이온전지는 니켈, 납 등을 사용한 구식 전지에 비해 가볍고 성능이 높아 크게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쏟아져 나오는 각종 첨단장비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 차세대 배터리 연구가 앞으로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현욱 교수는 “리튬이온전지 역시 소형기기를 중심으로 계속 쓰이겠지만 앞으로 리튬황 등 차세대 전지가 군사용, 재난구조용, 우주용 등 특수 분야를 중심으로 빠르게 공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