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명당 1명꼴 발생 희귀질환… 심실세동에 의한 ‘심인성 急死’ 빈발 남성이 여성보다 8∼10배 위험… 발병땐 병원서 신속히 치료해야
지난해 길에서 쓰러져 인하대병원에서 삽입형 제세동기 시술을 받은 후 브루가다 증후군 진단을 받은 오석환씨(오른쪽)가 주치의 김대혁 교수와 몸 상태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오 씨의 주치의인 김대혁 인하대병원 심혈관센터(심장내과) 교수는 “오 씨는 심장마비를 겪고 살아난 환자로 ‘브루가다 증후군’을 앓고 있다”며 “심실세동을 막기 위해 현재 한국희귀약품센터에서 구입한 항부정맥제를 복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희귀 질환인 브루가다 증후군이 최근 의료계에 잇달아 보고되고 있다.
특히 잠을 자다 심실세동에 의한 심인성 급사라는 특징적 임상경과를 보이는 환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인도네시아 젊은 의사가 휴가를 간 동료 의사 일까지 떠맡아 진료를 보다 과로로 숨졌다. 알고 보니 브루가다 증후군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세계 의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문제는 아직까지 전체 인구에서의 유병률(有病率·어떤 시점에 일정한 지역에서 특정 병을 갖고 있는 사람 수를 그 지역 인구에 대해 나타내는 비율) 및 발생률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 일본과 동남아시아에서 유병률이 높고 남성이 여성보다 8∼10배가량 브루가다 증후군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정도다. 한 연구 논문에서는 한국 일본 동남아시아 남성 1000명당 0.5∼1명이 브루가다 증후군에 시달린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브루가다 증후군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조치가 절실하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국가건강검진 항목에서 빠져 있는 심전도 검사를 검사 항목에 추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암과 대장내시경 등은 기본 검사 항목이지만 검사 비용이 저렴한 심전도 검사는 빠져 있다. 환자 스스로 맥이 불규칙하다든지, 심장이 리듬을 잃고 파르르 떠는 증세를 어느 정도 느낄 때 바로 병원에서 심전도 검사를 하면 브루가다 증후군 여부를 확인할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