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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로… 모델로… 희망의 무대 활짝

입력 | 2017-09-13 03:00:00

[저소득 아이들 꿈에 날개를]<5> 이재홍-재욱 형제




희망플랜 지원 사업에 선정된 이재홍 씨(왼쪽 사진)와 그의 동생 재욱 군이 각각 극단과 모델 아카데미에서 배우와 모델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이재홍 씨 제공

눈부신 무대 뒤 어두운 공간에서 남몰래 배우들의 대사를 입만 벙긋거리며 따라했다. 재작년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극단에서 무대 설치 아르바이트를 하던 고등학교 3학년생 이재홍 씨(21)는 연극에 매료됐다. ‘나처럼 가진 것 없는 사람이 무슨 연기야’라며 고개를 저었지만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저 위에 한 번만 서볼 수 있다면….’

재홍 씨는 일이 끝날 무렵 극단에 사정해 입단했다. 문제는 연습 시간이었다. 부모가 15년 전 이혼한 뒤 그는 넉넉지 않은 가정환경 속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내내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었다. 연기 연습에 집중하고 싶었지만 고된 고깃집,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하늘에 새벽달이 걸리고 나서야 끝나곤 했다. 배우의 꿈은 ‘때가 되면 군 입대나 해야지’라는 체념으로 바뀌는 듯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6월 기회가 찾아왔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한국사회복지관협회의 희망플랜 사업의 수혜자로 선정됐다. 희망플랜은 빈곤의 대물림을 방지하기 위해 형편이 어려운 아동, 청소년 및 가구를 찾아내 돕는 사업이다. 재홍 씨는 마을활동가(진로 멘토)의 상담을 받으며 대학교에서 연기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새로운 꿈을 갖게 됐고, 연기 학원비를 지원받아 입시를 준비한 끝에 올해 서일대 연극학과에 입학했다.

기쁜 소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패션모델을 꿈꿔왔던, 재홍 씨의 동생 재욱 군(18)도 형과 나란히 희망플랜 사업 혜택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그 덕에 재욱 군은 올해 5월 평소 가고 싶었던 모델 아카데미에 합격해 레슨을 받고 있다. 최근엔 교복 모델 선발대회에서 실전 경험도 쌓았다. 처음으로 런웨이에 선 재욱 군을 재홍 씨와 담당 사회복지사가 응원해줬다.

이 씨 형제의 하루하루는 전보다 바빠졌다. 치열한 데뷔 경쟁을 뚫기 위한 혹독한 준비 과정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재홍 씨는 오전 6시 반부터 오후 11시까지 대학과 연기학원을 오가며 수업을 듣는다. 재욱 군은 고등학교 수업을 마치면 모델 아카데미로 달려가 연습을 반복한다. 그래도 재홍 씨는 돈 걱정에 시달리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배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행복하다고 했다. 재홍 씨는 “언젠가 나만의 무대에 서게 되면 우리 형제처럼 꿈을 포기할 위기에 처했던 이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희망플랜 사업 신청 문의는 희망플랜센터(02-2138-5183)와 홈페이지(visionplan.or.kr)로, 후원 문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콜센터(080-890-1212)로 하면 된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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