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연극 ‘20세기 건담기(建談記)’
연출가 성기웅이 구보 박태원과 이상을 다룬 연작 중 하나인 연극 ‘20세기 건담기’. 두산아트센터 제공
성기웅 연출의 신작 연극 ‘20세기 건담기(建談記)’는 1936년 경성을 배경으로 실존 예술인들의 행적을 ‘이야기 쇼’ 형식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작품의 출발은 구보 박태원과 이상이 스스로를 ‘건담가(建談家·말로 많이 떠들어대는 사람)’라 칭하며 입담으로 주변 문학인들을 웃기고 다녔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됐다. 그래서인지 막이 오르면 구보와 이상이 라디오 쇼를 통해 21세기 미래의 청중을 향해 만담 커플처럼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이상의 캐릭터는 유쾌하고, 구보 박태원의 캐릭터는 다소 진중하다. 여기에 몸이 쇠약한 소설가 김유정, 이상에게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화가 구본웅이 가세하며 본격적인 극이 진행된다.
극을 끌어가는 배우들의 힘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박태원 역의 이명행, 이상 역의 안병식, 수영이 역의 백종승, 김유정 역의 이윤재, 구본웅 역의 김범진 등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가 작품에 힘을 싣는다. 특히 다소 지루할 수 있는 만담 형식에서 이야기의 맛을 살려내는 이명행의 연기는 단연 일품이다. 30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 1만∼3만 원. 02-708-5001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