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임금인상률, 물가 연동해 자동결정’ 합의… 대기업 첫 시도 소모적 임금협상 악순환서 탈피 생애주기별 상승폭도 조정하기로 노사협력 기본급 2% ‘상생 기부’
10일 SK이노베이션은 “8일 마감한 노동조합원 투표에서 ‘2017년 임금·단체협약 갱신 교섭(임·단협) 잠정 합의안’이 73.6%의 찬성률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전체 조합원은 2517명이며 이 중 90.3%(2274명)가 투표했다. 이번 합의는 SK에너지·종합화학·루브리컨츠 등 SK이노베이션 계열사에도 적용된다.
합의안의 핵심은 앞으로 매년 임금인상률을 전년도에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Consumer Price Index·CPI)에 연동하는 것이다. 물가가 오른 만큼 임금을 올린다는 개념이다. 올해 이 회사 직원들의 임금인상률은 전년도 CPI인 1%에 각자의 호봉승급분(평균 2.7%)을 더해 결정된다. 임금인상률이 사실상 자동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밀고 당기기 식의 소모적 협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임·단협 협상 기간이 길게는 1년도 넘어 다음 해 임·단협이 시작될 때까지도 결정이 나지 않는 식의 행태를 피하겠다는 것이다. 한 예로 현대중공업은 2016년 5월 10일 시작한 임·단협을 아직도 끝내지 못해 올해분과 합쳐 교섭하고 있으며, 이는 창사 이래 최장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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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도 지난해에는 10월까지 임금협상을 매듭짓지 못해 정유업계 최초로 중앙노동위원회에 중재 신청을 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한국형 노사 교섭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노사가 함께 미래 경쟁력 확보에 나서기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임금 체계를 직원의 생애주기별 자금 수요를 고려해 연차별 상승 폭을 조절하는 구조로 개선하는 데도 합의했다. 지금까지는 연차에 따라 임금이 일괄적으로(평균 2.7%) 꾸준히 오르는 구조였다. 앞으로는 결혼, 출산 등으로 자금 수요가 많은 30, 40대에는 인상률을 더 높이고, 50대를 넘어서 경제적으로 안정되면 기존보다 낮추거나 동결하는 식으로 바뀐다.
또 SK이노베이션 노사는 다음 달부터 기본급의 1%를 사회적 상생을 위한 기부금으로 출연하기로 했다. 직원이 기본급의 1%를 기부하면 그만큼 회사도 기부금을 적립해 협력업체 임직원의 복지 향상과 소외계층 지원 사회공헌에 활용한다. 이 회사 전 임직원이 2007년부터 자발적으로 해오던 ‘1인 1후원계좌’ 기부를 노사가 합의해 제도화한 것으로 올해 기부 예상액은 약 40억 원이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