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최대 4100억 추가지원 필요
채권단의 신규 자금 투입 여부는 12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제출할 자구안 내용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실기업 정리보다는 당장의 일자리를 중시하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봤을 때 채권단이 단칼에 자금 회수를 결정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금호타이어의 경영 위기를 막지 못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이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정부와 채권단에 모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 3년 만에 다시 경영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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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에 다시 위기가 찾아온 것은 세계 흐름에서 뒤처진 경영 전략과 뒤틀린 노사관계 때문으로 분석된다. 세계 타이어 시장은 고(高)인치 타이어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했지만 금호타이어의 생산설비는 저(低)인치 타이어 위주로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워크아웃을 졸업하자마자 노조는 임금 인상 요구를 하며 수차례 파업을 벌였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현대·기아자동차의 중국 매출이 감소하면서 중국 공장 생산분의 30%를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는 금호타이어 중국공장에도 위기가 현실화됐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를 살리기 위해 금호타이어 중국법인의 대출을 대신 갚아주는 데 최소 400억 원에서 최대 4100억 원의 신규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이달 말 금호타이어 중국법인이 국내 금융회사의 현지법인에서 대출한 400억 원 등 900억 원의 만기가 연내에 돌아온다. 중국 현지 금융회사에서 대출한 총 3200억 원 가운데 2000억 원의 만기도 돌아온다. 채권단은 중국 금융사들이 내년부터 만기가 돌아올 여신 1200억 원에 대해 조기 상환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 금호 측 자구안이 분수령
채권단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4가지 정도다. △채권단이 함께 신규 자금을 넣어줘 자율협약 또는 워크아웃에 돌입하거나 △국책은행(KDB산업은행)이 혼자 떠안는 방법 △자금 투입 없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거나 △신규 자금을 넣고 단기간 법정관리를 통해 채무를 정리한 뒤 워크아웃으로 돌리는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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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12일 금호 측의 자구안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호 측이 금호타이어 손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공장에 대한 현실성 있는 처분 계획을 가져올 것인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금호 경영진과 노조의 희생 감내 의지도 중요하다.
하지만 금호 측도 당장 뾰족한 대책이 없다. 이미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진 데다 매각할 자산조차 마땅치 않다. 금호 측은 채권단에 “만기 여신을 연장해주고 추가 운영자금을 주면 흑자 전환을 할 수 있다”며 일방적으로 채권단의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강유현 yhkang@donga.com·정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