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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무의 오 나의 키친]알고 보면 맛있는 ‘가지’

입력 | 2017-09-04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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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전통 요리인 라타투이.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아이들에게 야채를 먹이는 것은 쉽지 않다. 내 경우에는 해군 모자를 쓴 뽀빠이가 시금치를 먹고 힘을 내 적을 무찌르는 만화를 보면서 자랐기 때문에 시금치는 문제 되지 않았지만, 가지와 당근을 먹기는 힘들었다. 아버지는 내가 먹을 때까지 요리를 매일 만들라고 엄마에게 주문해 두 분이 신경전을 벌이곤 했다. 최근 런던대의 연구에 따르면 아이가 싫다고 해도 계속 다른 조리 방법으로 먹이는 것을 시도하면 어린 나이일수록 좀 더 쉽게 빨리 맛에 적응된다고 한다.

아이들이 싫어하는 야채는 너무나 종류가 많다. 그중 1위가 가지다. 약간 떫고, 익으면 물렁하게 퍼지는 감촉이 딱히 뭐라 표현하기 힘든 맛도 문제이지만 색과 모양 때문에 더 싫어하는 아이들이 많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가지를 좋아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밋밋한 맛의 특성을 이해하고 다른 재료와 더불어 조화로운 맛을 끌어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가지는 인도가 원산지다. 가지가 인도인들의 식탁에서 빠질 수 없다. 인도의 주 식사는 삼바르, 달, 차트니와 커리 등을 준비해 손으로 섞어 먹거나 난이라는 빵과 곁들어 먹기 때문에 어느 정도 되직해야 하는데 가지는 향신료의 복합적인 맛과 향, 되기를 서로 엮어 주는 중계 역할을 한다.

가지의 색은 흔히 보는 보라색과 검정 외에도 흰색, 노란색과 초록, 오렌지, 빨간색 등 약 60종이나 된다. 태국식 그린커리의 주재료인 초록 가지는 엄지손톱 크기 정도로 작지만, 이탈리아나 미국에서 사용하는 큰 글로브 종은 한 개가 1kg 정도로 크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지 요리는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진 프로방스의 ‘라타투이’와 시칠리아의 ‘카포나타’이다. 여러 가지 야채를 볶아 섞은 것이 비슷하지만 완성 후의 맛은 드레싱이 달라 많이 다르다. 그리스와 터키의 ‘무사카’, 이탈리아의 ‘파르미자나’는 가지를 넓게 슬라이스한 뒤 소스와 층층이 담아 오븐에 구워낸 요리다. 마치 라사냐 같은 구조인데 면 대신 가지로 층을 만들어 쫄깃한 맛이 고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흔히 사람들은 가지를 채소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과일로 분류된다. 과육 안에 씨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오이, 토마토, 호박 등도 과일에 속한다. 큰 가지의 경우 큰 씨의 씹히는 맛을 이용한 ‘가지 캐비아’ 또는 ‘가난한 사람의 캐비아’로 불리는 요리가 있다.

코카서스 산맥 부근 카스피해 근처 바다에서 철갑상어의 알인 캐비아를 수확하는 어부들이 만들어 낸 요리로, 가지가 부드럽게 될 때까지 오븐에 구워 껍질은 버리고 속 부분만 긁어낸다. 오일과 식초로 간을 한 후 차게 식혀 토스트 위에 발라 먹는다. 가지 씨 부분을 씹으면 마치 알이 터지는 것 같은 느낌과 함께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을 낸다. 마치 캐비아를 먹는 듯해 보기도 좋지만 은근히 맛이 있는 요리다.

최근 디저트 메뉴에 ‘초콜릿을 씌운 가지’를 선보이는 레스토랑이 있지만 그 역사는 아주 깊다. 이탈리아 남부 아말피 지방에서는 매년 8월 15일 성모승천 기념 축제 때 가지를 튀겨 초콜릿을 씌운 것과 설탕에 조려 말린 과일, 아마레티라는 술을 넣어 만든 비스킷 등과 함께 시원한 리몬첼로를 곁들여 먹는다.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