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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이야기]특별했던 여름의 기억

입력 | 2017-09-02 03:00:00


서애숙 수문기상협력센터장

변덕스럽고 요란했던 올여름이 부지불식간에 물러가고 가을이 찾아왔다. 6월 초여름까지 심한 가뭄이 이어지더니 7월이 다 돼서야 시작된 늦은 장마는 국지적인 비를 퍼붓고, 장마전선이 물러간 후엔 오히려 이틀에 한 번꼴로 비를 뿌려 대 그만 멈추기를 간절히 바랐다. 중부지방에 물폭탄이 떨어질 때 남부지방은 쨍한 하늘로 푹푹 찌는 열기를 뿜어낸 여름이 이렇게 빨리 물러나 가을에 자리를 내줬으니 이런 속 모르는 변덕이 또 있을까.

‘역대 최고’ ‘역대 최다’의 기온과 강수량 경신 뉴스는 이제 놀랍지 않다. 오히려 ‘이상한파’ ‘이상고온’ ‘기상관측 이래’라는 수식어가 당연하다 싶다. 올여름만 하더라도 경북 경주 지역은 최고기온 39.7도로 역대 최고 더위가, 충북 청주지역은 시간당 91.8mm의 비로 청주 기상관측 이래 가장 많은 집중호우가 발생했으니 마치 날씨가 기록 경신의 릴레이를 벌이는 것 같다. 기상관측 사상 처음 나타나는 날씨를 이상하다 해야 할까, 당연하다 해야 할까. ‘날씨가 수상쩍다’ 말하고 싶다.

과거부터 약 30년 동안 비슷한 시기에 그 지역에서 나타난 날씨의 평균을 기후라고 한다. 매일의 날씨는 다르지만 계절과 계절, 1년 주기, 10년 주기같이 시간에 따라 기후라는 평균값 내에서 날씨는 변화한다. 따라서 어느 시기의 날씨는 과거 그 시기의 날씨와 비슷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계절에 맞는 날씨를 기억하게 된다.

겨울 추위와 여름 더위의 느낌을 떠올리고, 장마와 소나기를 되새긴다. 서리가 내리는 시기, 각종 꽃들이 피는 시기를 짐작한다. 그런데 이런 느낌에서 벗어난, 옛날과 다른 날씨와 직면하게 되면 우리는 ‘날씨가 예전 같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름이 더운 거야 당연하지만 체감이 다른 더위, 소나기야 당연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친 비, 이렇게 평균에서 벗어난 날씨를 바로 ‘이상기후’라고 한다.

이전의 경향을 따르지 않는, 과거와 다른 형태의 날씨는 비단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최근 뉴스만 보더라도 인도와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에는 사상 최악의 홍수로 최소 1200여 명이 사망했다. 기후변화 대응에 비판적 태도를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은 텍사스 지역에 일 강수량 약 600mm, 연속 강수량 약 1300mm라는 기록적인 호우로 기후변화의 결과를 경험하고 있다.

물론 이런 날씨를 두고 대기의 흐름을 결정짓는 기압계가 ‘올해 특별히’ ‘그 지역’에 ‘비가 많이 올 조건’을 형성했기 때문이라 하면 단기적인 안목에서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할지 모른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이런 기압 배치는 따뜻해진 극지방이 바꾸어 놓은 상층 공기의 흐름 때문이고, 이 달라진 흐름이 미국 남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의 원인이라고 한다면 더 이상 올해만의 날씨 특성이라 우길 수 없다. 남북지역의 큰 강수량 차이를 보인 우리나라의 올여름 장마나 국지적인 집중호우의 발생도 이런 변화로 달라진 장마의 양상이라고 볼 수 있다.

미래에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 기후변화는 이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닥친 문제다. 더워지고 비가 많이 내리는, 그런 단순한 변화가 아니다. 폭염과 한파, 가뭄과 폭우가 더 극한 형태로 동시에 발생해 식생과 질병 등에도 다양한 변화를 동반한다. 올여름을 그저 ‘특별했던 2017년의 여름’으로 기억할 것이 아니라 변하는 날씨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고민하는 해로 삼아야 할 것 같다.

서애숙 수문기상협력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