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개편 1년 유예 반응
정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을 1년 뒤에 확정하기로 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발표 내용만 보면 단순한 ‘유예’로 들리지만 해당 학생과 학부모는 2중, 3중의 불안감에 휩싸였다.
1년 유예 방침의 적용을 받게 되는 현 중학 2학년의 공포감은 더하다. 현 중학교 3학년이 떠안게 될 문제점에 더해 정부가 어떤 수능 개편안을 만들어 적용할지 모른 채 새 제도의 첫 번째 수험생이 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31일 새로운 수능 개편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밝혔던 1안(4과목 절대평가) 또는 2안(7개 전 과목 절대평가)가 아닌 전혀 다른 내용의 제3의 안이 나올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중3 부모의 불만은 태평양 파도보다 높다. 학부모 서모 씨(49)는 “현행 대입제도로 한다지만 그 이듬해에 큰 변화가 생기면 반수나 재수는 꿈도 꾸지 못할 테고 결국 엄청난 눈치작전과 하향 지원 때문에 지금 중3 학생만 대학입시에서 피해를 보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중2, 중3 연년생 남매를 둔 한모 씨(47)는 “중2는 연습 없는 실전으로 새로운 수능을 치러야 하고, 중3은 수능을 망쳐도 재수는 못 할 것 같다”며 한숨부터 쉬었다.
현재 중3 학부모들은 이처럼 ‘폭탄’을 맞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수능이란 제도가 도입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안정화되지 않고 계속 바뀌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중3 자녀를 둔 직장인 차모 씨(42·인천 연수구)는 “사실 바뀔 때마다 학부모는 물론이고 아이들도 너무 힘들다”며 “더구나 바뀐 제도를 처음으로 하게 되면 시행착오도 많고 그 과정에서 우리 아이가 대학에 못 가고 재수를 하게 되는 등 원치 않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 것 아니냐. 도대체 이 나라 교육제도가 제대로 된 거냐”고 거칠게 토로했다.
이 같은 잦은 제도 변경이나 개편 유예 등으로 인해 국내 학원 등 사교육 활성화만 더욱 부채질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소규모 학원가에선 일단 중3의 경우 내신용과 수능용 프로그램을 따로 만들어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시장이 커지는 효과가 있다고 반기면서도 자체 역량으로 이런 교육을 잘 준비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학원장 정모 씨는 “늘 내신과 수능 두 가지를 잡게 해준다고 했는데 이번엔 처음 접해 보는 상황이라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중학교 교사들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자신들이 가르치는 중학생이 졸업한 이후 상황이기 때문에 큰 동요가 없다는 것. 경기도의 A중학교 교장은 “서울 강남 등 교육열이 높은 곳의 학부모들이야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그 외 지역 학부모나 교사들은 어차피 중학생들이 졸업한 후 고등학교 일이라 그다지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오늘 결정을 보고 ‘그렇구나’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오히려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서울 지역 중학교의 한 교사는 “유예 조치가 피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피해를 받기보다는 우리 모두가 시간을 번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며 “모든 사람이 다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쪽으로 개편하자는 취지로 이해한다. 향후 논의도 그런 방향으로 해줬으면 좋겠다. 아이들과 학부모에게도 그렇게 설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김윤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