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한국 기업]베이징현대車 공장 현지 르포
급한 불은 껐지만… 베이징현대차 공장은 30일 오전 가동 중단 수일 만에 차량 생산을 재개했지만 공장 앞에서 만난 중국 직원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외부 차량 진입 금지’ 팻말 뒤로 직원들이 걸어 나오고 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30일 오전 베이징(北京)현대자동차 공장 앞에서 만난 중국 여직원은 동아일보 취재진이 앞으로의 전망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이날 오전부터 베이징현대차의 생산이 재개됐지만 공장 분위기는 여전히 썰렁했다. 오전에는 공장 정문 인근에서 경비를 제외하고는 직원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컨테이너 화물 트럭 몇 대가 오간 것을 제외하고는 물류 차량의 이동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부품 공급을 중단했던 프랑스계 합작법인 베이징잉루이제가 부품 공급을 개시하면서 일단 베이징현대차 공장은 재가동됐다. “우선 부품 공급을 재개한 뒤 납품 대금을 논의하자”는 베이징현대차의 제안을 베이징잉루이제가 받아들인 덕분이다.
현대차와 동반 진출하면서 그동안 인내해 왔던 한국 부품사들 역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자칫 대금 결제 과정에서 한국 업체들의 순위가 뒤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일부 한국 부품업체는 이미 베이징현대차 측에 탄원서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가 입수한 탄원서에 따르면 한국 부품업체들은 “5월 25일부터 물품 대금이 지급되지 않아 기업 운영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미지급 물품 대금을 8월 중에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오전 베이징에서 본보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한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가동이 재개돼 다행이다”라면서도 어려운 상황이 쉽게 호전되기 힘들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협력업체 중에는 임금을 주지 못해 중국 노동자들이 파업을 한 곳도 있다. 한 협력업체는 지난주 아예 사업을 접고 한국으로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A협력업체 관계자는 “회사마다 원가 절감, 긴축 운용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현대차의 재경부문은 합작사인 베이징기차 측이 맡고 있다. 현대차가 밀린 대금을 지급하려 해도 베이징기차 측이 반대하면 집행이 어려운 구조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익 규모를 줄여서라도 밀린 대금부터 지급하자는 게 현대차의 입장이지만 베이징기차 측은 목표한 이익금을 가져가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선 한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중국 정부에 보다 강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국가 간의 정치적 갈등으로 현지에서 국내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는 상황에서 정부의 해결 노력이 부족하다는 불만이다.
이날 KDB산업은행은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들에 총 5500억 원 규모의 특별 자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자동차 현지 협력업체 등이 대상이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정세진 기자